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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rdoc Aug 02. 2017

방콕 코워킹 스페이스의 <시티즌포> 상영 이벤트

를 참석한 김에 쓰는 다큐리뷰

다큐멘터리 <시티즌포>를 처음 알게 된 건 2015년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이하 EIDF)에서였다. 크게 흥미가 가지 않은 스틸컷에 그냥 지나쳤었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293


이후 EIDF 블로그에 다큐리뷰를 쓰는 리뷰어 활동을 하면서 다큐 시청 플랫폼인 D-BOX에서 흘낏흘낏 볼까 말까 스쳐가다 끝내 미루어두고 말았다. 나의 미숙한 안목을 탓할 일이다.



방콕 여행에서 뜻 밖의 다큐 관람


이 다큐를 만나게 된 계기는 이번 방콕 여행에서였다. 휴가 차 방콕에 온 김에 코워킹 스페이스들 리뷰나 남겨야겠다고 찾아간 THE HIVE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낯익은 포스터를 만났다.


이 곳 THE HIVE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상영 이벤트에서 <시티즌포>를 상영하는 것이 아닌가. 어머 이건 가야 해 라는 소리가 절로 났다.


꽤 큰 스크린과 훌륭한 소파에서 맥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이니 방콕에서 체류하는 이에게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홈페이지에서 이벤트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http://thehive.co.th/

2017년 7월의 HIVE 코워킹스페이스 이벤트 캘린더


상영 이벤트에 참석자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암호와도 같은 태국어 자막과 함께 힘겨운 리스닝에 집중하며 <시티즌포>를 뭇 노마드들과 관람하는 경험은 즐거웠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붙는 수식어이다. 전직 미국 NSA의 직원이었던 그는, 미국 정부가 테크놀로지를 통해 벌이고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고발했다. 여러 데이터 분석 기법과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비밀과 약점 등을 수집해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빙성 있는 자료와 함께 가디언지에 폭로했다. 말이 쉽지 스노든의 선택은 기존의 안정된 생활을 송두리째 던져버리는 선택이었다. 그의 연봉과 커리어를 포기하고 미국 정부의 적이 되어 맞닥뜨릴 위험한 미래는 두려웠을 것이다. 하와이에서 여자 친구에게도 제대로 언질도 못 남기고 홍콩으로 날아와 이 사실을 폭로한 그는 가족을 포함한 기존의 관계,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거대한 특종을 맞이한 저널리스트의 얼굴


이 다큐에서 눈에 띄는 씬은 또 있다. 가디언의 프리랜서 기자인 글렌 그린왈드는 <시티즌포>의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와 함께 실존하는지도 불확실한 제보자 '시민4'를 찾아 홍콩의 미라 호텔로 온다.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암호 같은 대화와 함께 스노든의 방으로 이동한 이후 인터뷰를 앞둔 그린왈드의 얼굴은 이 다큐의 매력을 보여준다. 진실을 보여주는 거대한 특종을 마주한 저널리스트는 긴장하고, 집중하며, 벅찬 느낌마저 보인다. 연기가 아니다. 실제 저널리스트의 인생의 순간이다. 글렌 그린왈드는 이 특종으로 가디언지에게 2014년 퓰리처 상을 안긴다.


이 다큐를 제작한 로이 포이트라스


러닝타임 내내 화면의 뒤에 서 있는 <시티즌포>의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글렌 그린왈드와 로라 포이트라스에 접촉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로라 포이트라스의 전작에서 미국의 이라크 내전 개입, 관타나모 등을 다룬 <My Country, My Country>(2006)과 <The Oath>(2010)을 다룬 곳을 보고 스노든은 그녀를 신뢰했다. 실제 글렌 그린왈드와 로라 포이트라스가 처음 대면해 인터뷰하며 긴박한 상황을 의논하는 씬에서 그녀는 항상 카메라 뒤에 위치한다. 거대한 진실을 카메라에 가능한 놓치지 않고 담고 싶었을 그녀의 떨림을 우리도 느낄 수 있을까. 이 인터뷰 씬 이후 로라 포이트라스는 다큐의 완성을 위해 베를린으로 향하고, 이 다큐는 2015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는다.


실제이기에 어떤 첩보 영화보다도 긴박한 인터뷰 씬


이 영화의 초중반부는 인터뷰 씬이 대부분이다. 카메라에 갑자기 비치는 창백한 스노든의 얼굴은 이 다큐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제이슨 본과 같은 액션 씬도 마이클 베이의 폭발음도 없지만 그에 비할 바 없이 이 씬이 긴박한 이유는 실제 상황이자 실재하는 것을 드러내는 씬이기 때문이다. 아이디 '시민4'로서만 접촉하던 스노든을 실재하는 인터뷰이로 대면하는 저널리스트. 미국의 영향력에서 좀 더 자유롭기 위해 선택한 홍콩이란 장소. 암호로 대면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인터뷰 이후에도 암호화된 이메일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후 상황 등의 제반 사실들이 주는 긴박함은 인터뷰란 심플한 형식을 뛰어넘는 듯하다.


그를 움직인 여러 요소들 중 하나였던 살상 드론


스노든은 어느 날 갑자기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니라고 말한다. NSA의 일들을 하면서 여러 가지 본인을 불편하게 만든 사실들을 목도하게 되며 어느 틈엔가 생각이 확고하게 됐다고 한다. 그를 움직인 여러 불편한 사실 중 하나는 살상 드론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의 업무 중에도 드론에 대한 정보와 영상들은 모두 확인 가능하고, 그 드론의 운용 중에 생기는 무신경한 살상. 때로는 운용하는 이의 착오로 생길 수 있는 죽음. 이런 요소들 역시 그의 양심을 움직였을 것이다. 살상 드론에 대한 얘기는 다큐 <National Bird>에서도 자세히 알 수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nonfictionlife/70


스노든의 싸움은 현재 진행 형


홍콩에서의 인터뷰 이후 스노든의 이야기는 꽤나 진행이 됐다. 오바마 정부는 스노든이 국익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고, 홍콩에서 난민 신청을 한 끝에 모 처에서 숨어 지내다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스노든의 여권은 취소당했고, 모스크바 공항의 환승구역에서 40여 일을 보낸 후 입국해 지금은 모스크바에 체류 중이다. 참석하지 못하는 스노든을 대신 해 <시티즌포> 2015 아카데미상 수상식에도 모습을 보였던 그의 여자 친구 린지 밀스는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고, 그녀는 유럽과 모스크바를 돌아다니며 그와 만난다고 한다.  스노든은 2015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망명 중인 스노든이 개설한 트위터 계정에 남긴  "Can you hear me now?"란 한 마디에 115만 명이 팔로워가 되었다. 그는 딱 하나, 미국 국가안보국(@NSAGov)의 계정만 팔로우하고 있다.

https://twitter.com/snowden



영화로도 볼 수 있는 스노든의 이야기


에드워드 스노든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올리버 스톤이 감독하고 조셉 고든 레빗이 주연을 맡은 <스노든>은 다큐멘터리란 형식이 생소한 이도 편하게 볼 수 있다. 단, 작품성은 <시티즌포>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평이니 참고해야 한다. 조셉 고든 레빗이 목소리까지 바꿔가며 스노든 역을 연기했는데, Nerd의 기운이 뿜어 나는 스노든의 느낌을 조셉 고든 레빗이 잘 연기한 건지는 조금 애매하다. Nerd 연기가 의외로 어려운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완성도를 떠나서 영화 <스노든>을 보고 <시티즌포>를 보면 색다른 맛이 있다. 다큐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을 극으로 보고 그 실제의 현장을 다큐로 만날 때의 느낌도 괜찮은 것 같다. 이 두 영화를 모두 보고 나선 인터뷰 씬의 무대인 홍콩 미라 호텔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졌다.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여행도 나쁘지 않지.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4887


영화 <스노든>의 후반부엔 스노든이 화상으로 TED Talks에 출연하는 씬이 나오는데, 이 TED Talks영상은 유튜브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다.

https://youtu.be/yVwAodrjZMY


글렌 그린왈드는 스노든의 이야기를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란 책으로 출간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은 이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60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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