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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Dec 21. 2022

크리스마스보다 기다린 12월 21일은 결국

제10회 브런치 작가 공모전 실패담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12월 21일은 사실 10월부터 가장 기다려온, 12월이 시작될 때 크리스마스보다 더 기다려진 날이었다. 바로 제10회 브런치 작가 공모전 발표가 있는 날이다. 상하이를 주제로 이런저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나는, 취미로, 기록으로 이런저런 연재를 시작한 나는 점점 출판에 대한 욕구와 원함이 잔잔한 물결처럼 일어 점점 바람을 만나 일렁이다 출렁였다. 여행집 같은 에세이집일까, 에세이집 같은 여행집일까. 스스로 책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다 도대체 정체성을 잡지 못하겠는 나의 구름 같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가 출판을 할까 투고를 할까 고민하다 자가 출판도 시도하다 인디자인 편집을 끄적이다 말았고, 투고를 하려 원고를 정리하다 방대한 사진과 적당한 정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브런치 만한 플랫폼을 찾지 못하겠노라 결론 내리며 브런치 연재로 마음을 채워가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 마침 작가 공모전 소식을 접했고 이거다 싶은 마음에 애지중지하던 글을 모아 공모전에 응모했다. 간절함을 담아 클릭을 누르던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상하이는 참 좋은 가을날이었다. 수많은 훌륭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나에게도 기회가 올까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게다가 상하이라는 도시가 곧 가능해질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여행이 불가능한 도시였다. 그런 점도 장애물이라면 장애물일 수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눈에 사과처럼 보이길 바라는 기대와 바람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바라는 그 마음처럼 간절했다. 오랜만에 만든 비밀이었다. 




12월 21일 되었다. 예정일을 잡아둔 마음이 이럴까. 날이 가까워 올수록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막상 당일에는 차분한 마음이었다. 대학 합격, 입사 합격, 이직 합격 소식 다음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떨리는 마음이었다. 대기업 플랫폼답게 약속을 정확하게 지킨 브런치는 21일이 되자마자 공지를 띄웠다. 빛의 속도로 결과를 열어본 나는 내 이름이 목록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김칫국을 들이키며 공지를 확인했다. 



기다렸던 소식은 내 것이 되지 못했다. 아쉽다. 실망스럽지는 않다. 수상에 대해 완전히 믿지 못했는가, 그 믿음대로 되었는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가, 그런 미신 같은 분석보다는 앞으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그래 참 나답다 하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다시 생각이라는 걸 한다. 수필집 같은 여행집, 여행집 같은 수필집 쓰는 게 참 어렵구나. 방법을 몰라서일까,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아서일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외치며 계속 써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야 당선한 분들의 소중한 작품이 눈에 들어오고 몇 개는 마음에 담겼다. 내 이야기를 하기 급급했던 나에게 그제야 타인의 삶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실버 아파트의 이야기, 어린이의 언어, 못생긴 서울을 걷는 분의 이야기, 유교걸의 자유인 과정 이야기 다양한 작가님들의 소중한 이야기에 관심이 가 한참을 브런치북을 읽어 내려가며 누군가의 삶에 웃고 공감했다. 그리고 출판사별 심사평과 소감이 눈에 밟힌다. 수상을 축하함 보다, 목록에 들지 못한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에게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에 대해 격려하고 북돋는 마음이 역력했다. 


글쓰기는 해방구고 탈출구고 조용한 나의 세계다. 가끔은 글을 쓰고 부끄럽기도 하다. 내 수준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상하이라는 주제 뒤에 숨기도 한다. 직면할 용기가 없어 투영해서 보기도 한다.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면서 나만의 프레임으로 담아내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 발짝씩 내딛다 보면 누구라도 쉬다 갈 수 있는 마음의 그늘이 넓어지는 글이 나올 거라 생각해 보며, 완성이란 단어는 지워버리고 그냥 계속 쓰고 싶은 것을 쓰자는 마음을 먹었봤다. 그리고 자가라도 출판을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연말에도 이어가 본다. 오늘 저녁에 잡은 누군가의 책이 유난히 귀하고 소중해 보였다.


이거면 될 것 같은 하나가 허락되지 않은 하루였지만 파란 하늘에 한 번, 여기저기 매달려 있는 산타 아저씨들에게 두 번, 다정함을 느꼈다. 그런 다정한 순간이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꽤 다정한 하루였다고 기록하고 기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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