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삶이라는 선물에 대해서

by 농농이네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서 평소에 고마웠던 가족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받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이 좋아할 만 것, 필요할 만한 것들을 고르기 위해서 고심했다.

하지만, 선물은 받는 사람보다는 주는 사람의 주장이 강하다.

선물은 주는 입장에서는 받는 사람이 내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잘 써주길 바라게 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자신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은 선물은 집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잊히게 된다.


선물의 이런 성격을 생각하면 삶이라는 것도 선물의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이라는 선물을 주는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잘 살기(삶이라는 선물을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다른 선물들과 마찬가지로,

받는 사람은 그 소중함을 모를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낳음 당했다고 표현하며

삶이라는 선물을 저주라고 느끼기도 한다.


나는 그 감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삶은 ‘주어졌으니까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순간부터 오랜 시간 관리와 책임이 필요한 복잡한 선물이다.

그리고 그 책임 대부분은 오랫동안 부모에게 남는다.


그래서 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은 과거처럼

선물을 줬으니 고마워하라, 낳아줬으니 된 것 아니냐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그 생명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해야만 한다는 기대는

순전히 부모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식은 낳아놓으면 스스로 자라고,

자라서는 자신을 부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믿는 풍토가 있었다.

이런 믿음을 가진 부모들은 자신의 책임은 외면하고, 자식들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요즘 부모들은 다들 낳은 이후의 애프터서비스(교육, 가정환경) 등과 같은 것들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학교에 연락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오은영 박사의 방송 같은 육아 관련 방송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것도

그 변화를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나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부모가 되려는 입장에서 조심스러워진다.

삶이라는 선물은 그저 누군가에게 건네고 끝이 나는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선물은 세상에서 가장 주기 어렵고, 어려워야 되는 선물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