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Feb 04. 2019

왜 디즈니 리조트 객실에는 무료 생수가 없을까?

셀프 워크숍 in 하와이 - 디즈니 아울라니 리조트

1인 기업가의 셀프 워크숍 in 하와이 연재는, 지난 2018년 10월에 오아후와 마우이의 9개 호텔을 경험한 이야기다. 특히 하와이에서 경험한 공간(호텔)과 항공에 대한 이야기를 travel, work, inspiration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기록하고 있다. 오늘은 디즈니 아울라니에 대한, 호텔 리뷰에는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본다.





와이키키에서 차량 1시간 거리에 있는 코올리나(Ko Olina)에는 하와이의 유일한 디즈니 리조트, 아울라니 디즈니 리조트 & 스파(Aulani, A Disney Resort & Spa)가 있다. 하와이에서 손꼽히는 부대시설을 자랑하는 이 리조트는 와이키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워터파크 규모의 대형 수영장(무려 8곳!!), 촘촘하게 짜여진 키즈 프로그램과 캐릭터 조식 뷔페 등 오직 디즈니만이 가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투숙객의 대부분이 일본인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확실히 한일간 하와이 여행 패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니문이나 가족여행으로 4박 6일~1주일 정도 짧게 여행하는 우리에게, 코올리나에서의 숙박은 확실히 멀고 불편하다. 하지만 왕복 30만원 대의 저가항공(에어아시아)을 포함한 다양한 항공 옵션이 있는 일본에서는, 하와이를 매년 정기적으로 오가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다. 재방문율이 높은 이들에게 디즈니 아울라니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여기에는 전 세계 디즈니 리조트의 독특한 운영방식도 한 몫을 하는데, 이것이 '타임쉐어'라는 미국식 콘도 회원권 제도다. 타임쉐어는 일종의 부동산 공동투자 개념으로, 전 세계 디즈니 리조트에서 통용되는 포인트를 구매함으로써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디즈니 리조트의 투숙객은 충성도가 매우 높고, 이러한 고객의 특징은 타 호텔에서는 거의 유례가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객실에 준비된, 깜찍한 미키마우스 모양의 타월 아트. 

 

타임쉐어 회원이 아니어도, 이곳은 일반 예약으로 언제든 묵을 수 있다. 하지만 객실료는 하와이의 높은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편이다. 2019년 2월 기준 최저 60만원/1박의 부담스러운 가격에, 부대시설과 식음료 이용료도 매겨지니 사실상 여행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그래서 처음 체크인을 했을 때 객실을 둘러보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무료 생수가 없다'는 것이다. 와이키키의 4~5성급 호텔에서는 리조트 피를 따로 받더라도 객실에 무료 생수를 매일 챙겨준다. 하물며 리조트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주변에 편의점도 없는 코올리나의 리조트가, 왜 이런 기본적인 서비스를 하지 않을까? 




기념품점에서 판매 중인 리필러블 머그.


호텔 기념품점에서 발견한 이 컵을 보는 순간, 객실에 생수가 없는 이유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전 세계 디즈니 리조트에는 '리조트 리필러블 머그' 서비스가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전용 머그(18$)를 구매하면, 리조트 내 3곳의 레스토랑에서 무제한으로 음료와 커피 류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놀다가 많이 찾는 울루 카페(Ulu cafe)에서는 무려 140여 가지 음료 중 선택할 수 있다. 


리조트의 음료나 스무디류의 가격이 4~5$인 것을 감안하면, 이 컵 하나로 온 가족이 투숙기간 내내 마음껏 마실 수 있으니 본전 이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리조트 부지가 넓기 때문에 물을 챙겨 다니는 것보다 컵을 들고 다니며 그때그때 원하는 음료를 마시는 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집에 들고 갈 수도 있으니 기념품의 기능까지 한다. (재방문 시 다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함) 짧지 않은 기간동안 머무는 가족여행자의 니즈를 먼저 읽어낸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물론 물까지 놓치지 않고 유료로 판매하는 이들의 전략은 분명 고도의 상술이지만, 여행경험을 살펴보는 나에게는 이 리필 서비스도 리조트다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무료 생수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호텔, 또는 냉장고의 유료 미니바만 제공하는 호텔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제 호텔의 미니바도 비용 절감과 관리 차원에서 점차 간소화되거나 없어지는 추세인데, 사실 이게 꼭 옳은 방향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로컬의 시선으로 셀렉트한 간식과 맥주를 바깥보다도 저렴히 판매하는 시카고의 버진 호텔이나 시드니 1888 호텔의 사례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내가 둘러본 국내외 호텔의 절반 이상은 냉장고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어느 호텔이든 거의 복제된 구성에 가까웠던 몰개성의 미니바는 지금의 진화된 고객에게 필요 없지만, 호텔이 가진 취향이나 개성을 음료 서비스나 미니바 서비스에 담는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그 '경험'에 지갑을 열 것이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글쓰기/여행영어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매거진의 이전글 백년된 호텔이 '피트니스'를 메인 테마로 잡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