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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27. 2019

여행자가 더 불편한 숙소를 선택하는 이유는?

호텔이 이해하지 못하는, 여행경험의 변화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쓸 만큼 지난 6년간 호텔 탐험에만 매진했고, 이제는 대형 호텔그룹의 신입 사원들에게 트렌드를 교육할 만큼 호텔과 가깝게 일한다. 동시에 에어비앤비는 한국 지사가 생기기 전부터 이용해 왔고, 심지어 그들의 글로벌 캠페인에 한국 인플루언서로 수 차례 선발되어 중국과 유럽을 여행한 적도 있다. (초창기에 내한한 창업자 조 가비아와 수다를 떨 때만 해도 이런 세상이 올 지 몰랐...;;) 서울에서 호스팅을 하며 한국 자유여행에 대한 외국인의 의견을 2년간 수집한 호스트의 경험 역시 갖고 있다. 이렇듯 긴 시간 동안 호텔과 에어비앤비 양쪽을 모두 들여다보며, 변화의 지점을 반 발짝씩 먼저 체험해 왔다.


그래서 가끔, 호텔이 에어비앤비를 단순히 시장 파이를 잠식하는 경쟁자라거나 심지어 OTA(온라인 예약 서비스) 중 하나로 단순화하려는 시선을 감지할 때면, 조금 안타깝다. 특히 에어비앤비가 호텔의 리스팅을 점점 확대하는 추세여서, 에어비앤비를 일종의 '적과의 동침'으로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하지만 여행자가 에어비앤비로 옮겨가는 속내를 들여다보기도 전에 예약 플랫폼 중 하나로 치부한다면, 단순히 '고급 부동산을 단기 렌트해주는' 개념에서 안주하는 호텔은 변화하는 여행자의 관심을 끌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실제로 많은 호텔 브랜드가 장래에는 레저 여행자보다 단체 관광과 MICE 전용 숙소로만 특화될 조짐도 보인다. 그렇다면 여행자 입장에서 숙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wow factor)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무엇이 고객을 불편하고 안전도도 낮은 숙소로 이끄는 것일까? 여행의 정의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베트남 다도 체험 중 맛본 차 과자.  베트남 북부의 차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여행경험이었다.


1.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누가 더 잘할까?

베트남 북부를 방문한 지난 1월, 하노이의 내로라하는 호텔에 두루 예약을 하면서 딱 2박은 일부러 비워 두었다. 한 여행서가 추천한 전통 티하우스에, '다도 체험과 홈스테이를 함께 운영한다'라고 소개된 구절이 계속 뇌리에 남아서였다. 정확한 정보가 나와있지 않았지만, 나는 그곳을 손쉽게 찾아냈다. 에어비앤비에서 트립과 숙소 모두 예약을 받는 티하우스는 그곳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한국어 후기가 거의 없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내 기준에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이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보니 여행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성실하게 차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이들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결국 숙박과 체험을 모두 해보기로 마음먹고, 예약 메시지를 보냈다. (방이 1개여서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아주 인상적인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호스트의 첫 번째 메시지.


1시간이나 지났을까? 호스트로부터 '혹시 공항 픽업 서비스가 필요하면 얘기해'라는 답이 왔다. 내가 보낸 메시지에 하노이 첫 방문이라고 밝힌 게 기억났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냐고 묻기도 전에 먼저 여행의 처음을 챙겨주는 숙소라면, 안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을 첫 숙소로 하진 않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분명 픽업을 요청했을 것이다. 실제 첫 숙소는 힐튼 호텔이었는데, 힐튼의 매니저 역시 같은 내용의 메일을 사전에 보내오기는 했다. 하지만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합리적인 자유여행자에게는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그들이 제시한 오퍼는 52~58$의 비싼 도요타 캠리 픽업이었다. 나는 힐튼 측에 거절 의사를 보내고, 클룩(klook)에서 1/3도 안 되는 가격에 손쉽게 픽업 차량을 예약했다.  


호스트의 두 번째 메시지.


드디어 에어비앤비로 가기 전날, 내 도착 시간을 알렸다. 그랬더니 호스트로부터 또 새로운 제안이 왔다. '네가 도착하는 날, 마침 다도 체험이 확정됐어. 2시간이고 15$인데, 합류하고 싶으면 알려줘'란다. 첫 메시지에 티 체험에도 관심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녀가 이를 기억하고 내 일정에 맞춰 알려준 것이다. 기꺼이 이 시간에 맞춰 체크인을 했고, 캐나다에서 날아온 커플 한 쌍과 함께 다도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마스터는 심지어 영어를 하지 못했지만, 에어비앤비 응대를 해온 유창한 영어의 주인공은 그의 부인이었다. 그녀의 통역 덕분에 티 체험은 무리 없이 끝났다. 차와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 내게, 고유의 차 문화를 현지 전문가에게 배우고 경험하는 일은 여행지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 준다.




티하우스의 1층. 작고 예쁜 티숍이 있다. 북베트남 고산 지대의 야생 찻잎을 수확해 독특한 블렌드 차를 만든다.


2. 점점 더 통합되는, 숙소와 여행경험

티하우스는 1층이 숍, 2층이 티룸, 3층이 홈스테이로 나뉘어 있었다. 3층 방은 처음에는 영 편하지 않았다. 해도 잘 들지 않아 어둡고 침구의 질도 좋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문 잠김의 상태가 너무 허술했다. 1~3층 간에는 어떠한 중간 문도 없다. 낡은 화장실은 방 밖에 따로 있어서 매번 슬리퍼를 갈아 신고 가야 했으며 보일러는 20분이 지나야 물이 데워졌다. 조식 서비스는 당연히 없으니 동네에 나가서 사 먹어야 한다. 한 마디로 호텔보다 모든 면에서 열등한 숙소다. 그냥 하드웨어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지금의 여행자들은 아침식사가 없는 숙소, 시설이 불편한 숙소를 단순히 열등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잠에서 일어나 1층에 내려오니, 반짝이는 햇살이 비쳐 드는 티숍에서 부지런히 차 상자를 정리하는 직원 '후에'가 아침인사를 건넨다. 이어서 '저쪽 골목길에 가면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고이 꾸온(수증기에 익힌 쌀전병에 고기와 버섯을 넣어 맑은 수프에 찍어먹는다)이 맛있어'라며 알려준다. 식사와 골목길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내게, '차 한 잔 할래?'라며 다구와 끓인 물을 내어왔다. 1층은 엄연히 카페도 겸하는 곳이라 당연히 차값을 지불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그녀의 차 대접은 순수한 호의였음을 대화 막바지에 알게 됐다. 근처에 사는 동네 주민들이 때때로 아침의 티타임에 찾아와, 비좁은 테이블에서 나를 둘러싸고 수다를 떨었다. 따뜻하고 편안한 그녀의 호스팅을 경험하면서, 하노이 최고의 호텔 메트로폴에서의 1박을 앞둔 내 마음은 무척 복잡해졌다. 이미 5성급 호텔만 5~6곳을 경험하고 온건 데도, 여행의 소중한 추억은 여기서 다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곳의 1박 가격은, 단돈 23$이다. 그러니까 2박에 70$도 안 되는 금액으로 호텔에서는 절대로 얻지 못하는 숙박과 동네 체험에 심지어 다도 클래스까지 경험했다. 게다가 메트로폴 호텔의 1박이 조식 불포 230불이니, 객실가만 최대 10배 차이가 난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여행을 제공하는 쪽은 어느 쪽일까? 물론, 앞으로는 호스트가 가진 전문성에 따라 제공 가능한 여행 경험에도 매우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 에어비앤비 트립의 상당수는 숙소 호스팅과 트립을 함께 운영한다. 아예 다른 분야라고 여겨졌던 숙소 경험과 여행 경험이, 점점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자는 어느 쪽이든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숙소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달라진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숙소가 선택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메트로폴 호텔의 F&B 상품들. 글로벌 체인의 스탠더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그다지 궁금한 상품은 없다.


3. 새로운 '여행'을 이해하는 콘텐츠 전문가의 부재

에어비앤비에서 트립과 숙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전문가의 호스팅은, 지금 세대가 원하는 여행 콘텐츠의 대표 사례다. 하노이의 유명 인테리어 숍은 달랏과 호이안 등에 자사 제품으로 꾸민 홈스테이를 여럿 운영한다. 일본 도야마의 한 숙소는 주인장 부부와 게스트가 아침에 장을 함께 보고, 같이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심지어 스타우드(메리어트)가 인수한 디자인호텔스 닷컴도 '오리지널 익스피리언스'라는 호스트 중심의 경험 콘텐츠를 따로 소개한다. 특히 대체나 복제가 어려운 고유의 여행경험 + 숙소일수록, 시설이나 가격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거주자와의 만남을 이루어주는 공간 플랫폼으로서의 숙소, 그리고 여행지를 현지인의 시선으로 해석한 새로운 프리즘을 가진 숙소를 원한다. 이런 숙소를 만들려면 콘텐츠(특정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소통)에 대한 상당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과거에 '호스피탈리티'로 커버된 분야와는 다른 지점의 역량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호텔이 필요로 하지만 손 쓰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콘텐츠다. 호텔이 제공하는 경험은 호텔의 정체성을 충분히 담고 있는가? 그 이전에 호텔은 여행자에게 정체성을 잘 '알리고' 있는가? 일단 호텔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만 봐도 답이 없다. 제공하는 경험의 종류와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객실만큼이나 표준화되어 있고 일방적이며 지루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콘텐츠 부재 이전에, 브랜드 간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부터 문제이긴 하다. 게다가 과거의 여행 콘텐츠와 지금의 여행 콘텐츠는 또 다르다. 먼저 숙소의 차별화된 정체성이 토대가 되고, 그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고 선별된 여행(지역) 콘텐츠가 유의미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같은 콘텐츠라도 포장과 전달 방법이 달라졌으니, 과거에 호텔 컨시어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추천 맛집/관광/to-do 콘텐츠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너무 글이 길어지니, 작년에 대만의 호텔 체인과 지역경험 콘텐츠 협업을 했던 나의 사례를 따로 소개하기로.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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