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Nov 23. 2018

최악의 항공사를 만난 유튜버, 어떻게 대처했을까?

여행업계, 아직도 인플루언서를 제대로 모른다

여행업계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싱 사례로 꼽히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한 무명 밴드의 3500$짜리 기타를 위탁 수화물 처리 과정에서 파손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항공사가 각종 치사한 방법을 동원해 이를 보상해주지 않자, 밴드는 모든 일을 뮤비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United breaks guitars라는 노래는 온갖 매체에 보도되며 화제를 일으켜, 결국 아이튠즈 1위라는 기염을 토한다. 게다가 가사에 담긴 부정적인 내용이 회자되면서 항공사 주가가 10%나 폭락하는 바람에 수천 억 원을 잃고 말았다. 4백만 원도 안 되는 기타 때문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본 것이다. 이 일은 무려 9년 전인, 2009년에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여행업계는 과연 교훈을 얻었을까? 당시의 유튜브는 메인스트림 미디어가 아니었는데도 이 정도의 나비효과를 일으켰는데, 2018년 현재 시점에는 여행업계가 인플루언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바로 어제 페이스북 피드에서, 우연히 이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상황을 목격했다. 게다가 인플루언서인 나의 페친이 사건의 주인공일 줄이야! 브런치에 쓴 '1년에 11달을 여행하는, 그와 나눈 대화'의 주인공인 항공 블로거 조쉬가, 해외 매체의 기사로 크게 다뤄진 것이다. 뭔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약간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기사를 정독했다. 알고 보니 그가 며칠 전 말레이시아 항공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고, 이 내용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는데 불과 2~3일 만에 12만 뷰를 기록하면서 해외 매체에 회자되고 있었다. 이 내용은 국내에는 전혀 소개되지 않은 내 친구의 사례여서ㅎㅎ 단독으로 소개해 본다.




조쉬가 자신의 유튜브에 해당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Bad case 1. #말레이시아항공

조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런던으로 가는 말레이시아 항공 A350에 탑승했다. 이 기재가 운용된 지 6개월 밖에 안된 신 기종인데다 14시간의 초장거리 노선이다 보니, 항공 마니아로서 탑승 리뷰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탑승은 스폰서가 아니며 그가 구입한 이코노미석으로, 탑승 전에 항공사에 컨택해서 기내 촬영의 사전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그는 말레이시아 항공과 여러 차례 일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탑승 직후부터 악몽은 시작되었다. 기내식의 쟁반과 그릇에는 이물질이 묻어 있었고, 기내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승무원은 단 한 명도 친절하지 않았던 것이다. 몇 차례의 모니터 수리 요청에도 크루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조쉬는 대화를 포기하고 곧바로 기내 와이파이를 결제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비행 중의 상황을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그의 글은 14시간 비행이 절반도 지나기 전에 여기저기 퍼져나가게 된다.


그때 남성 승무원이 조쉬의 자리로 다가와, 큰 소리로 '지금 뭐 하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이코노미 석이라 옆 사람에게 방해 주고 싶지 않았던 조쉬는 뒤쪽 승무원 공간에서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알고 보니 조쉬의 인스타 글은 실시간으로 말레이시아 항공에 보고되었으며, 동시에 A350 기장의 귀에 바로 들어갔던 것이다. 기장은 승무원에게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승무원이 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프로답지 못했다.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이후의 기내 서비스를 중단하고 철저히 무시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카메라를 당장 끄지 않으면 어떠한 서비스도 해줄 수 없다며 말이다. (또한 비행 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자, 조쉬가 비즈니스로 옮겨달라는 주장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카메라를 껐고, 런던에 도착하자 현지 지사 직원이 이름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항공사에서는 환불을 제안했고, 조쉬는 거절했다. 하루 뒤 그는 모든 일을 유튜브에 올렸고, 현재 상황은 보다시피 재앙이다. 




예약 오류를 발생시킨 해당 호텔 홈페이지. 소개된 몇몇 클래스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Bad case 2. #퀸카피올라니호텔

내게도 최근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하와이에서 최근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친 '퀸 카피올라니' 호텔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전 세계 호텔 중에 최악의 경험 BEST 3을 꼽으라면 단연 순위권이다. 11년차 여행 블로거인 내가 지금까지 20곳 이상의 하와이 호텔을 투숙하고 경험하면서, 이렇게 놀랍도록 무례한 호텔은 처음이었다.


건물 안팎이 시끄러운 대형 공사 중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을 받으려는 호텔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고객 응대 서비스다. 하지만 이 호텔은 일찍 도착한 손님에게 '3시 이전에는 체크인을 안 받으니, 저쪽에 짐 맡기고 다시 와'라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내가 3년간 겪은 하와이 호텔들과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현지 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리노베이션 소식을 접하고 선뜻 예약한 호텔이, 바로 옆의 호스텔보다도 못한 응대로 손님을 맞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몇 시간 후 체크인을 하러 다시 와보니,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호텔 홈페이지에서 다이렉트 예약으로 정확히 2박을 예약했는데, 프론트에는 3박으로 잘못 들어간데다 100$ 이상이 오버차지된 것이다. 하지만 직원 세 명은 하나같이 '예약 부서의 잘못이고 우리는 수정이 불가능해'라며, '체크아웃 때 2박으로 잘 처리해주면 되잖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보통 호텔에서 이런 착오가 생기면 객실 업그레이드나 조식 쿠폰 등으로 미안함을 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비스는커녕, 객실 문을 열자 입이 떡 벌어졌다. 공사장의 부서진 나무와 흙 잔해가 창문 밖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흡사 감옥보다 더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저층부 객실이었다.(조쉬처럼 이 장면을 모두 촬영했어야 하는데!) 이 객실은 절대 손님에게 나가서는 안 되는, 외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객실이었던 것이다. 왜 하필 이런 방을 내게 줬을까?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론트에 내려가서 정중히 이야기하고, 다른 층으로 객실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 호텔은 체크아웃까지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체크인 시에 빈정거리며 나를 돌려보냈던 프론트의 LEN이라는 직원은 끝까지 무례한 태도로 일관했다. 3박 오류 결제에 대한 영수증을 요구하니, 사과 한 마디 없이 마지못해 프린트해온 종이를 던지듯이 내놓는다. 객실 키를 주자 1초의 망설임없이 '굿바이'라고 손을 쳐들며 장난조로 응대하는 건 보너스다. 이러한 퀸 카피올라니의 행태는, 전반적으로 인종 차별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수준이었다. 미국의 다른 주면 몰라도 관광으로 먹고사는 하와이에서, 이런 호텔은 정말 드물다.



앞서 조쉬는 말레이시아 항공이 자신들의 잘못된 서비스를 어떻게든 덮거나 무마하려고 한 상황을 영리하게 대처했다. 기내 와이파이로 비행 중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는 인플루언서를, 앞으로 항공사는 어떻게 콘트롤할 것인가? 어떻게든 공항에서 쇼부를 쳐서 티켓값 환불로 적당히 입을 막으려는 옛날 방식이, 지금의 인플루언서에게 통하리라 생각한 걸까? 조쉬는 말레이시아에서 몇 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을 만큼 개인적으로 그 곳을 좋아한다고 한다. 팬을 안티로 만드는 것은 한 순간인데, 항공/호텔업계는 아직도 팬들의 충성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퀸 카피올라니 사태를 겪는 동안 당연히 오피스 부서에 상황을 전달했으나, '다음에 공짜 숙박을 제공하겠다'며 사실상 해결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위치도 와이키키에서 한참 떨어져 있어 불편한데다, 저렴한 '부티크-워너비' 디자인과 후진 완성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이 호텔이 이렇게 장사해서 공사비라도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이 경험을 구글맵 리뷰와 트립 어드바이저(한국어 리뷰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구글 검색 결과 등 여러 곳에 노출된다)에 올려, 한국인 여행자의 피해를 줄일 것이다. 이 호텔 역시, 잘못된(혹은 소홀한) 서비스의 대가를 꽤 오랫동안 치루게 될 것이다. 무성의한 서비스는 단 한 번이지만, 별점은 영원하므로. 


모든 여행업계가 소비자와 인플루언서를 이해하는 레벨이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과거의 몇몇 사태로부터 교훈을 얻고 최소한 과거보다는 조금 더 성장해야 한다. 기업도 소비자도 함께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행업계가 인플루언서를 제대로 선별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일전에 호텔아비아 컨퍼런스에 인플루언서 패널로 초대되어 한 적이 있다. 나 외에도 6분의 항공/호텔 인플루언서 분들이 주옥같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해당 기사는 아래에.




아래 글은 예전에 올린 인플루언서 관련 포스팅.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