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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21. 2019

중국의 디지털 노마드가 보여주는 자유여행의 현재

2019년의 중국 여행시장을 바라보며

여행 인플루언서도 만들어내는, 중국

2017년, 중국에서 열린 첫 국제 여행박람회 'ITB CHINA' 취재차 상하이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한국 여행업계는 사드 여파로 굉장히 침체되어 있었지만 당시의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길게 볼 때 중국의 자유 여행시장이 열리면 전 세계가 크게 움직일 것이라고 판단하여 간 것이다. 물론 3일간의 컨퍼런스 취재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한 귀중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모으고 업계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이 무모했던 취재를 계기로 아시아의 주요 행사에 지속적으로 초청되면서, 전 세계의 생생한 트렌드를 국내 유관업계에 알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상하이에 가지 않았다. 이 행사의 주요 아젠다에 변화가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컨퍼런스에서 내 관심사인 '중국 개별여행객(산커)의 여행 패턴과 마케팅 전략' 세션이 없어지고, 거대 기업이나 서비스 소개 위주로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내 친구인 매기가 중국을 대표하는 브이로거로 발표 무대에 섰고, 미국의 여행블로그 협회장이 '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필요한가'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2018년은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며칠 전에 한 행사장에서 그 실마리를 우연히 찾았다.





지난 3월 12일, 을지로 페럼홀에서 열린 마펑워 미디어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아직도 국내 포털에 마펑워를 검색해 보면 정보가 거의 없다. 그만큼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하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해외여행 소비자 1.5억 명 중에서 20~30대 여성 개별여행객은 마펑워를 사용한다. 마펑워는 소위 중국판 '트립 어드바이저'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을 뜯어보니 트립 어드바이저와는 상당히 달랐다.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 내에 트립 어드바이저 + 인스타그램 + 유튜브 기능이 모두 결합되어 있다. (엄청난 혼종...) 그러니까 SNS와 여행 커뮤니티, 여기에 MCN(크리에이터 기획사)까지 결합된 형태다.


이 서비스는 자발적인 여행 리뷰 데이터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지만, 내가 보기엔 오직 이 플랫폼에서만 유통되는 '자체 제작 콘텐츠'가 핵심이다. '달인'이라 불리는 소속 인플루언서에 촬영팀이 붙어서 프로페셔널하게 제작된 (광고) 콘텐츠가, 다수의 유저에게 소비되면서 여행을 촉진하는 구조다. 다시 말하면, 지금 중국의 여행 인플루언서는 연예인처럼 만들어지고 관리된다. 전 세계 관광청이나 항공, 호텔은 마케팅하기가 너무 편하다. 왜? 잠재 고객과 인플루언서가 한 곳에 모여 있으니까. 그러나 2018년 10월 한 빅데이터 업체가 마펑워에 등록된 상당수 리뷰와 댓글이 Fake contents(경쟁사 표절 및 조작 리뷰)라고 폭로한 보도 내용은 이러한 폐쇄 플랫폼의 한계성과 신뢰도 관리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물론 마펑워 측은 해당 보도는 근거 없는 사실이며 표절 리뷰는 극소수라고 해명했다.



여행자가 진화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몇몇 대형 플랫폼만 알면 중국 자유여행 시장에 진입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로 본다. 자유여행자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자유여행자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나올까 싶다. 아직까지는 중국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여행 콘텐츠를 소비하겠지만, 자유여행 시장이 고도화되고 해외 체류 경험치가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지금 한국의 자유여행 시장이 그 미래를 잘 보여준다. 현재 한국의 해외여행 FIT 시장은 그 누구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 여행업을 주도했던 주류 업체들은 이 흐름에서 밀려났다.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찾아내는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은, 과거의 플랫폼(여행사 등)을 거치지 않는다. 그러니 이들의 소비 구조나 행태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지금의 여행 소비자는 더 나아가 삶과 여행의 경계를 긋지 않는 노마드적인 가치관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여행업계가 커버해온 영역 바깥에 놓인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사실 이 지점이 에어비앤비의 성공 요인과도 상당히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첸유의 '606일간 집 없이 살아보기' 영상.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80~90년대 태생의 중국 엘리트 세대는, 점점 더 중국식 플랫폼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며칠 전 트위터에서 서로 Like를 누르며 알게 된 중국인 여행자가 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에어비앤비로 600일간 세계여행한 이야기를 최근 두 번째 책으로 출간한, 여행작가 첸유다. 중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고교생 때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미 스탠퍼드와 영국 옥스퍼드를 거쳐 우버 본사와 모건 스탠리에서 일한 재원이다. 그런 그녀가 왜 승승장구의 길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했는지가 책과 6분짜리 다큐에 담겨 있다. 그녀는 이미 중국에서는 수십 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사다. 첫 책 '에어비앤비에서의 365일'은 중국에서 백만 부 가까이 팔렸고,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100여 차례나 강연을 했다. 그녀가 직접적으로 영감을 전하려는 청중은 바로 '중국의 젊은이'다.


그녀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여행은 거대한 학교와 같아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현지인을 만나며' 배우는 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진짜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외면받고 있는) 에어비앤비를 자신의 여행 동반자로 내세운 것만 봐도, 그녀가 중국에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를 잘 알 수 있다. 첸유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선도자’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고, 여행은 무언가를 보거나 먹거나 쇼핑을 하는 단순 체험에서 벗어나 훨씬 복합적이고 정신적인 개념으로 확장될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해외 한 달 살기 열풍이 분다는 외신 기사에서 이미 소비자의 빠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니 자유여행을 기존 산업의 틀에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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