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관광 포럼에 초청되어 시안으로 갑니다.
무엇이 나를 중국으로 이끌었나
2017년 5월, 어떤 내면의 동기가 무모한 결정을 이끌어낸건 지 모르겠지만, 참관 허가만 달랑 받아 여행 박람회가 열린 상하이로 향했다. 초청을 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내 등을 떠민 것도 아니었다. 비자 수속과 항공 호텔 예약을 마치고 나니 1백만 원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몸살 기운 상태로 3일간 컨퍼런스장 맨 앞에 앉아서 문득, 본업인 강의도 안 하고 무얼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어렴풋이 중국 여행시장의 무서운 성장과 엄청난 규모를 실감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도전 이후 2년간, 운좋게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여행 행사에 미디어 초청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점차 여행산업의 트렌드와 동향에 대해 독점적인 정보와 인사이트를 갖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 단단한 여행강의를 할 수 있는 강사가 되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에서 종종 내부 컨설팅을 요청해 오기도 한다. 어처구니없었던 그 도전은, 내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용기와 동력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5월, 그 박람회 측에서 한 통의 이메일이 왔다. 10월에 자신들이 주관하는 국제 행사가 시안에서 열리는데, 심사를 통해 자격 조건이 맞으면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문화 관광 포럼은 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데스티네이션 마케팅을 논하는 포럼으로, 지난 몇 년간 관심을 둔 주제 중 하나였다. 밀레니얼 여행자들이 일정의 자유를 추구하면서 더 이상 과거의 명소를 가지 않으려 한다면, 역사 유적지 기반의 관광지는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한단 말인가? 중국의 고대 유적지인 병마용이 있는 시안이야말로, 이런 내용을 논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일 것이다. 시안이 있는 샨시성의 글로벌화된 관광 마케팅 역시 개인적으로 눈여겨보고 있던 터였다. 이전에 썼던 관련 글은 아래에.
특히나 시안은 평소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지만, 내게 해당되는 행사가 아닌 것 같아서(미디어가 아니라 유관업체여야 한다) 그냥 읽고 넘겼다. 그런데 재차 리마인드 메일이 왔길래 별생각 없이 제출했는데, 검토 중이라는 회신이 왔다. 이어서 지난주에는 참가 확정과 함께 모든 예약이 완료됐다. 시안에서의 여정은 준비 중인 개인방송과 브런치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주최 측에서 감사하게도 왕복 편 모두 원하는 항공 스케줄을 세팅해 준 덕분에, 나는 서울로 곧장 오지 않고 상하이에 내리기로 했다.
상하이,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아직 상하이에서는 무엇을 할지, 얼마나 머물지는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단 한 곳을 가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상하이를 택할 것이다. 언제 가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지난 5년간 상하이는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호텔'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지금 쓰는 책에 소개할 새로운 인사이트라면 최대한 체험해 볼 생각이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가 신간 딱지를 채 떼기도 전에, 운이 좋게도 정말 쓰고 싶었던 주제의 책을 계약하게 되었다. 덕분에 최근 몇 달간 강의 외 대부분의 시간을 집필에 써 왔고 이미 초고는 마쳤다. 이 책은 내가 출판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일 경제/경영 분야의 책이다. 스무 살 때 멋모르고 택한 '경제학' 전공을 사랑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내가 결국 비즈니스 서적을 쓰다니, 참 삶이란 모를 일이다. 전 세계 산업의 다양한 변화와 흐름을, 여행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풀어보려 하는 중이다. 이번 출장이 곧 세상에 나올 내 책에 좀 더 신선한 시각을 더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자. 이제 다시 '거절'에 익숙해질 시간이다. 늘 '강의해 주세요'라는 제안을 받기만 하는 나는, 출장 때만 되면 불가능에 가까운 제안을 보내고 수없는 거절당함에 능해져야만 한다. 이런 멋진 기회를 잘 살릴 수만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아마도 평생토록.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여행업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한 여행기술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