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Aug 29. 2020

플랫폼 노동의 시대, 직업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공유경제를 분석하다 얻은, 몇 가지 인사이트

지난 2월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방송에서, 일본의 '로코타비'라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전 세계 2500개 도시에 거주하는 일본인(이들을 '로코'라 부른다) 약 54,000명이 활동하는 플랫폼이다. 원래 이 서비스는 여행자가 해외 거주 로코에게 여행 코칭 의뢰를 하는 여행 서비스였다. 



현지 거주자와 일본인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 로코타비


그런데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중단되면서, 로코타비는 뜻밖의 사업 영역을 만난다. TV나 라디오같은 미디어 회사에게 각국 통신원과의 통화를 손쉽게 매칭해 준 것이다. 해외 거주자도 원격으로 부가수익을 창출하니 윈윈이다. 로코타비는 양쪽의 수요를 모두 만족시켜주며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았고, 지난 2월 대비 무려 9000명의 로코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19 이후, 플랫폼 경제는 대세를 넘어 진화 단계에 와 있다.


이 로코타비의 창업자, 유타카 시야는 공유경제 시장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이 분류에 한국의 사례를 종합하여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

 

1. 비어있는 사람, 물건,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들 이코노미(Idle Economy)
[플랫폼] 에어비앤비, 우버 등
[종사자] 온라인 제휴 마케팅,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

2. 무형의 재능을 사고파는, 탤런트 이코노미(Talent Economy)
[플랫폼] 로코타비, 탈잉, 클래스 101, 크몽 등
[직업] 코칭, 컨설팅, 강의, 큐레이팅 등 지식 기반 1인 기업

3. 물건이나 서비스 등의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그룹 이코노미(Group Economy)
- 공유 부엌이나 공유 오피스 사업 전반

4. 재활용 이코노미 (Recycle Economy)
- 일본의 북오프, 미국의 크레이그리스트,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사업 전반


공유경제의 분류로 보는, 플랫폼 노동의 함정

유휴 자원을 공유하는 '아이들 이코노미'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vs. 호텔, 우버 vs. 택시처럼 기존의 시장을 갉아먹고 점유율 쟁탈을 벌이는 특성 또한 심화되었다. 따라서 공유경제의 원래 모토인 신규 시장의 창출을 이뤄내지는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노동의 측면에서 보는 아이들 이코노미 역시 직업적 기술의 장벽이 매우 낮다는 맹점이 있다.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우버, 빈 방이 있다면 에어비앤비에 들어올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경쟁은 심화되고, 자원(자본)의 크기에 따라 소득 격차는 점차 심화된다. 업에 쓰이는 기술 역시, 하면 할 수록 업의 가치가 올라간다기 보다는 단순 노동에 가깝다. 이러한 현상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로 널리 불리며, 저숙련 임시 노동자를 대량 양성하는 원흉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스마트스토어나 네이버 블로그같은, 이미 존재하는 플랫폼 노동은 왜 새삼스럽게 '투잡'으로 조명받는 것일까? (기사 참조)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하면 노예처럼 안 살아도 된다', '누구든 파이어족 될 수 있다', 심지어 '부자가 되자고 마음을 먹으면 부자가 된다(...)'와 같은, 업을 경시하고 돈에 초점을 맞추는 메시지는 내 삶의 주도권을 뺏겼다고 믿는 직장인의 불안심리를 교묘히 건드린다. 초창기의 에어비앤비나 우버도 이와 비슷하게 '자유롭게 돈버는 직업으로 추가 소득 버세요' 슬로건으로 많은 호스트를 모집했다. 그러나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이러한 플랫폼에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라이드쉐어가이는 공유차량 이외의 돈 버는 법도 안내한다. 그러나 음식 배달이나 트럭 운전 등 소위 '사이드 허슬'이 대부분이다.


긱 이코노미를 먹이감으로 삼은, 탤런트 이코노미(talant economy)

최근의 셀프-테크, 재테크 유튜버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쉬운 돈벌이'를 찾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공유 경제인 재능 경제, 또는 열정 경제(passion economy)라 불리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 노동으로 부자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파는 '재능'으로 업을 만든 이들이 출현한 것이다.


탤런트 이코노미에 빠르게 탑승한 이들은, 긱 이코노미에 뒤늦게 편승하려는 이들로부터 돈을 번다. 즉 탤런트 이코노미는 긱 이코노미로 숙련된 이들이 다음 단계의 직업 전문성을 획득하는, 진화된 직업 모델로도 볼 수 있다.책 <사이드 프로젝트 100>에 소개된 '라이드쉐어가이닷컴(rideshareguy.com)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업으로 공유차량 기사를 간간히 했던 해리는, 라이더가 되려는 이에게 가입 링크를 제공하고 추천 수수료를 버는 게 운전 수익보다 더 짭짤하다는 걸 경험한다. 결국 그는 라이더를 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한국에서는 자기계발 유튜버가 스마트스토어 강의를 판매하는 것도 비슷한 루트다.

 

이미 공유경제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크리에이터를 주축으로 하는 재능 경제, 또는 열정 경제(passion economy)에 대한 활발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로코타비의 유카타 역시 탤런트 이코노미야말로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고 어떠한 시장과도 충돌하지 않는 차세대 공유경제 모델이라고 분석한다.  이 시장에서 뜻하는 재능(talent)은 기존의 예체능에서 의미하는 태생적 재능에 한정되지 않는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 때 창조하고 공급하는 독자적인 능력이 새로운 시대의 '재능'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재능 경제 플랫폼 역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탈잉과 크몽을 필두로 한 재능마켓 상품을 보면, 입점의 문턱이 워낙 낮다보니(무자본, 비전문성) 결국 '가격'으로 경쟁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전의 공유경제처럼 저숙련 비전문가가 끝없이 양산되는 것이다. 심지어 '1일 1일기 쓰기' 같은, 전문성이 필요없는 랜선 챌린지 상품은 누가 호스트가 되느냐가 중요하지도 않다. 그러니 초창기에 자기 홍보에 성공한 극소수의 호스트는 자신의 쇼핑몰(플랫폼)을 만들고 나면, 수익성도 낮고 수수료율 높은 기성 플랫폼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 시장은 상반기 내내 충분히 경험해 봤으니 따로 집중 분석해 보기로)



일해서 남 주는 일 말고, '나' 주는 일을 찾아야 할 시점

조금 길게 플랫폼 노동시장의 구조를 짚어본 이유는, 코로나 이후 노동의 재편이 빨라지면서 플랫폼 경제로 편입될 수 밖에 없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플랫폼 경제에서도 분명 성공하는 이들은 있다. 문제는 그게 극소수인데다가, 대다수의 진입자를 착취하거나 활용하는 구조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다. 무노동 고소득의 유혹에 빠진 일부 직장인이나 정보 취약 계층 일부는 재테크같은 돈 불리기 이론에만 '중독'되거나, 심지어 한물간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나 종교로 빠지는 안타까운 경우마저 종종 본다.


이러한 노동 시장의 변화 속에서, 직업은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직업을 가졌다는 것은 플랫폼에 굳이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의 업의 속성이 플랫폼 아니면 안되는 플랫폼 의존적인 일이냐, 아니면 플랫폼을 퍼스널 브랜딩에만 적절히 활용하냐에 따라서도 측정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적 전문성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직업적 안정성을 꾸준히 쌓고 싶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체력과 용기가 뒷받침되는 35세 이전에 최대한 독자적인 경험을 많이 쌓아 두어야 한다. 직접 경험은 자신만이 가진 것으로, 누구와도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나는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쓰기 전에 기출간된 호텔 관련 도서를 모두 훑어보고, 호텔학을 전공하고 평생을 호텔에서 일한 종사자나 연구자도 정작 세계의 호텔을 두루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의 전문가 영역이 보유하지 못한 경험을 찾아내어 집중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팔리는 콘텐츠로 기획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업의 확장'을 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콘텐츠'로 내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또한 이 콘텐츠는 시장에서 팔려야 비로소 재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 팔린다는 것의 의미는 내가 가진 전문성이 특정 분야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앞으로 이를 위해 축적해야 하는 핵심 습관(루틴), 구체적인 성공 사례, 새로운 시대의 '크리에이터'들이 수익 창출에 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한다.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nonie21 

무료 뉴스레터 (이전 뉴스레터도 읽어 보세요!)

이전 03화 업을 찾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