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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28. 2016

아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멜버른의 호텔

nonie의 '내 여행을 바꾼 전 세계 호텔' 5번째 이야기


멜버른의 정체성을 담은 아트 시리즈 호텔 'The Blackman'

보헤미안의 감성이 흐르는 호주 멜버른에는 특별한 아트 호텔이 있다. 로컬 호텔그룹 'Art Series'에서 멜버른의 대표적인 서브어번(Suburban) 지역에 세 호텔 The Cullen, The Olsen, The Blackman을 선보였는데, 각각의 호텔을 호주의 유명 아티스트의 이름을 따서 짓고 그들의 작품으로 오롯이 꾸몄다. 그 중 내가 머무른 호텔은 세인트 킬다(st.kilda)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텔, 더 블랙맨이다.


건물 외벽부터 객실까지, '찰스 블랙맨'의 거대한 쇼케이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건물로 들어사니, 로비에는 말끔한 외모의 훈남 직원들이 체크인을 돕고, 두 개의 레스토랑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으로 붐빈다. 쿨하고 세련된 CBD 지역인지라 점심을 먹으려는 직장인이 많이들 찾는 모습이다. 카운터 한 쪽에 놓인 찰스 블랙맨의 시그니처 그림이 담긴 무료 엽서 세트는 여행자를 위한 작지만 멋진 선물이다. 기념품삼아 한 세트를 챙겨 객실로 향했다.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아늑한 스튜디오 룸

탄성이 절로 나오는 객실이다. 우선 전 객실이 스튜디오 타입이어서 주방과 조리대가 갖춰진 점이 큰 특징이다. 벽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케 하는 블랙맨의 개성 넘치는 작품이 줄지어 걸려있고, 화집을 비롯한 아트북도 가득 꽃혀 있어 객실에만 머물러도 더없이 느긋해진다.


침대도 주목할 만 한데, 아트 시리즈의 세 호텔은 자체 제작한 특수 침구를 사용할 만큼 포근한 침실 환경에 특별한 신경을 쓴다. 과연 명성대로 침대가 어찌나 편안하던지, 방콕에서 가장 좋은 침대를 쓴다는 마두지 호텔과 견줄만 했다. 42인치 TV와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사무공간 책상도 따로 갖춰져 있는데다, 전체적으로 객실 넓이가 꽤 넉넉하다. 그냥 이 원룸이 내 집이었으면.



완벽한 키친이 갖춰진 블랙맨의 스튜디오 객실

내가 블랙맨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키친'이 전 객실에 갖춰져 있다는 것! 직접 와서 보니 간이 수준이 아니고 생각보다 너무 완벽하다. 풀 사이즈의 냉장고와 전자렌지는 물론이고, 서랍마다 꽉꽉 들어찬 온갖 조리도구와 냄비들까지! 특히 멜버른에서는 신선한 호주산 식재료를 사용해 갖가지 요리를 해보는 게 이번 여행의 미션이었기 때문에, 이 조리대를 마주하는 순간이 얼마나 설레었던지. 


블랙맨의 그림이 새겨진 반투명한 문을 열면 자그마한 욕실이 나온다. 자쿠지 욕조와 빈 수납장도 편리했고, 영국의 프리미엄 제품인 EVO 제품을 어메니티로 선택하는 센스! 이런 게 바로 부티크 호텔만이 가지는 한없는 매력이다. 수건 인심도 넉넉하다.




Breakfast @ Fleur Depot De Pain

블랙맨 호텔 로비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컨셉트 레스토랑이 있다. 이탈리안 '클라시코'와 프렌치 브레드 카페 '플뢰르 데포 드 팡'이다. 첫날 아침은 플뢰르 데포 드 팡으로 결정. 환하게 채광이 비쳐드는 우아한 레스토랑에는 맛있는 향기가 꽉 차 있고, 아침부터 투숙객 뿐 아니라 주변 로컬들로 모든 자리가 붐빈다. 빵을 메인으로 하는 곳이라 주로 오픈 샌드위치나 토스트 류가 많다. 나는 아보카도 샐러드와 베이컨을 곁들인 빵, 그리고 신선한 꿀과 요거트를 곁들인 과일을 주문했다. 멜버른 답게 커피의 퀄리티부터 최고였고, 음식 또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맛. 멜버른의 미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아침 식사였다.



'여행에서 제대로 요리해보기'라는,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My own dinner @ Blackman

낮에 퀸 빅토리아 마켓에서 사온 식재료를 신나게 꺼내 썰고 볶는다. 마켓에서는 셜롯(붉은 양파의 일종)과 방울 토마토, 레몬 모두 한 번 해먹을 분량만 구입이 가능해서, 음식 쓰레기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사다 놓은 달걀을 모두 풀어서, 아까 푸드코트에서 챙겨온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고 볶은 야채에 부어 간단한 오믈렛을 만들었다. 집에서도 자주 해먹는 요리지만, 여행와서 처음으로 요리를 하려니 새삼 즐겁다. 호텔 하나를 잘 골랐을 뿐인데, 나의 멜버른 여행은 이토록 풍요로워진다. 


달콤한 마스카르포네 무화과,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 주에서 생산된 로제 와인, 그리고 로컬 식재료로 만든 따끈따끈한 오믈렛. 이렇게 멜버른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간다. 



nonie's TIP | 호텔 예약 & 숨겨진 여행팁

멜버른 블랙맨 호텔은 아고다에서 특가가 나왔을 때 1박 200불 초반에 운좋게 예약했다. 아고다에서 예약을 할 때는 신용카드 연계 할인이나 페이스북/모바일 할인 코드도 찾아보고 예약하도록 하자. 그리고 블랙맨 호텔이 위치한 세인트 킬다에는 아름다운 바닷가가 있는데, 이 비치를 따라 주말 마켓이 열린다. 토요일 아침엔 호텔에서 천천히 걸어서 세인트 킬다 마켓을 돌아보자.:) 




# 이 콘텐츠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위한 샘플입니다. 저작권이 있으므로 콘텐츠 인용 시에는 반드시 링크와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 '나를 여행하게 만든 전 세계 호텔'은 총 30편이며, 브런치에는 1~9회까지 연재합니다.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백화점 아카데미에 여행작가 정규 과정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전직 AB-ROAD 여행 기자, '취향의 여행'을 제안하는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8년째 운영 중.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묵고, 함께 일도 합니다. 여행 전자출판사 히치하이커 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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