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무엇도 아닌데 왜 무엇을 계속 쓰는걸까
십여 년전에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조지 오웰의 산문집을 샀었다.
계속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정신이 멀쩡한 한, 나는 계속해서 산문 형식에 애착을 가질 것이고, 이 지상을 사랑할 것이며, 구체적인 대상과 쓸모없는 정보 조각에서 즐거움을 맛볼 것이다. 나 자신의 그러한 면모를 억누르고자 해 봤자 소용없다. 내가 할 일은 내 안의 뿌리 깊은 호오와,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는 본질적으로 공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을 화해시키는 작업이다
그는 평범한 단어로 그의 신념을 위와 같이 썼다. 그럴듯한 단어 하나 없지만 그래서 더 멀쩡하며 강력하다. 난 멋부림이 심한 글이 싫다.
작가는 왜 쓰는가라는 책이 있다. 아직 열어 보지 않았다. 언젠가는 열어보게 되겠지.
왜 쓰는가는 왜 사는가와 더불어 개인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인 것 같다.
나는 왜 쓰는가.
글자를 배우긴 해서 뭔가 끄적여야지만 할 것 같다. 진짜다.
글이라도 안 쓰면 더 늙어서 할게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책을 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 친구는 얘기했다 - 야, 오디오북 잘 나와.
글을 쓰면서 나를 덜어내는 중이다. 특히 객기와 빈정거림을 덜어내는 중이다. 아주 어렵다.
글을 쓰면서 나를 더하는 중이다. 딱히 숨길 것도 없는 삶이었는데 뭘 그렇게 숨기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 중에도 나는 뭘 숨길지 고민하고 숨긴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나니까.
이런 나지만 노력하고 있다.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가.
회사를 다니며 입에 달고 살던게 "야, 회사일은 덧셈 뺄셈이야, 미적분이 아니라고, 3차 함수가 아니라고". 회사일을 이렇게 단순하게 정의했지만 회사를 뺀 나머지의 나에 대해선 뭘 빼고 뭘 더해야 할지 감도 못잡고 잘 하지도 못하는 미적분을 하고 있었다(함수는 내가 잘했던거라 제외).
그래서, 뭔가를 계속 적어대는 이유를 오늘자로 생각해보면 더하고 빼는 일이다. 게속 쓰다보면 뭘 더하고 뭘 뺴야 할지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겠지……?)
객기를 빼려고 노력한다 했지만 여전히 일정 함량의 객기가 녹아 있어서 불편한 마음. 그러나 아직은 어쩔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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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한 모든 글을 계속 수정한다. 더하고 빼고, 빼고 더하고. 글이 닳아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엄청난 균형 감각과 그에 필요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함을 이렇게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