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끝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by 마나스타나스

편집장 출신의 마쓰이에 마사시는 내면에서 끓는 감정을 고요하게 표현하는 작가다. 국내에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이 번역되었으며, 이 작품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는 그중 세 번째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각자의 역사가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얼핏 보면 두서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교차의 반복 속에서, 어느새 깊이 집중하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저 그들의 삶을 따라가고 있을 뿐인데, 어쩐지 서글퍼진다.


내게 신과의 관계는 아주 개인적인 거야. 그래서 교회에 나가 기도할 필요를 느낀 적은 없었어.
그런데도 이제 와서 목사인 너에게 종유의 비적을 해달라고 생떼를 부리다니, 참 제멋대로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 나를 구원해 주는 건 말이 아닌 것 같아. 구원보다는… 바람이랄까. 그저 누군가 두 손 모아 기도해 주거나, 어깨 위에 조심스레 손을 올려주는 장면만 떠올라.
멀지 않은 미래엔 나는 누구와도 말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되겠지. 문병은 오지 말라고 써두고선, 이런 걸 바라고 있는 내가 좀 우습지. 바람이 이루어질 무렵엔 너를 못 알아보게 되어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여기에 미리 고맙다는 말을 써둘게.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언젠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난다면 또 이야기 나누고 싶어.
안녕.

- 암이 재발해 죽음을 앞둔 아유미는 학창 시절 미묘한 감정을 나눴던 이치이에게 편지를 쓴다. "나"에게 병자성사를 해 달라고.


지금 이 순간, 목소리를 내어 무언가를 말할 수는 없다. 이치이는 온갖 것에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깊이 숨을 들이쉬고, 다시 깊이 내쉬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듯, 차가운 얼굴을 천천히 문질렀다. 아이들 앞에서 울 수는 없다. 볼에 남아 있었던 성유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선물은 이미 정했어." 히카리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빛의 속도로 앞질러 간다.
"그래? 뭘까?" 이치이는 마치 남의 목소리처럼, 자신의 소리를 들었다.

- 아유미의 편지를 받은 이치이는 죽기 직전의 아유미에게 종유의 비적—병자성사—을 해주고 에다루로 돌아온다. 그의 어린 아들은 아빠가 얼굴을 문지르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


이 책을 세 번째로 읽던 중이었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또 너무 슬펐다. 난 눈물에 후한 사람이 아니다.


원제는 <빛의 개(光の犬)>이다. 단 세 음절의 원제가 이 소설의 흐름과 정서를 더 정확히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메가 마지막으로 남는 소에지마 집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의 중심에는 결국 아유미와 이치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었거나 읽으려는 누군가에게 아유미와 이치이의 관계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그건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아유미가 4대에 걸친 홋카이도견들을 사랑했던 방식처럼, 그 아이들이 아유미를 사랑했던 것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에 닿아 있다. 아유미의 말처럼 누군가의 망막에도 닿지 않은 빛의 끝에 아유미와 이치이가 있다.


매년 여름 에다루의 교회에서 함께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삿포로와 교토를 오가는 편지 속 일상에도, 말 한마디와 글 한 자에 사랑한다 하지 않아도 서로를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그 둘은 함께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유미와 이치이의 이야기 너머에는 저마다의 결핍을 품고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아유미의 할머니 요네는 어린 시절 수양딸로 보내졌다가 파양 된 경험이 있다. 이후 소에지마 신조와 결혼해 에다루에서 산파로 살아간다. 하지만 손녀 아유미를 받아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쉰넷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남편 신조는 삿포로에 다른 살림을 꾸렸고, 그곳을 오갈 때마다 막내딸 도모요를 데려갔다.


막내 도모요는 이혼 후 집으로 돌아온 둘째 에미코를 따돌리며, 오빠 신지로와 그의 아내 도요코보다 우위에 서려한다. 이후 도모요와 에미코는, 세상사에 무관심한 큰언니 가즈에와 함께 신지로 옆집에 살게 된다. 그들의 엄마인 요네에게서 사랑과 관심을 받은 적이 있던가를 종종 떠올리던 4남매는 말년에 모두 치매에 걸린 채 생을 마감한다.


문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아유미의 동생 하지메는 소아천식을 앓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성격을 지녔다. 그는 훗날 교수이자 남편이 되었지만 아이는 두지 않았다. 소극적인 성격임에도 아유미가 암 판정을 받자 가장 가까이에서 그녀를 돌본 사람도,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고모들을 마지막까지 돌본 것도 하지메였다.


이치이의 목장 친구 다케시는 어린 나이에 복잡한 삶을 거쳐온 인물이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를 떠난 어머니, 소년원, 얼굴에 남은 깊은 흉터 - 그렇게 폭풍우가 불던 어느 겨울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에다루에서 보여준 그의 성실함은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숨고자 했던 노력이었을 것이다.


아주 먼 곳에서 출발한 빛이 닿은 그곳에 아주 잠시 머물다가 빛의 끝을 향해 사라져 간 사람들이다. 그 삶의 흔적이 너무 작고 연약해 서글프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아유미의 아버지, 신지로가 키운 네 세대에 걸친 홋카이도견들과 진정한 교감을 나눈 사람은 아유미였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건 3대째 개 지로뿐이었다. 아유미는 동네 친구 이치이와 연인이 되지만, 각자 대학 진학 후 멀어진다. 이후 천문학자가 되어 도쿄의 천문대에서 일하던 아유미는, 허벅지에 생긴 육종암으로 마흔 살을 채우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다. 그녀는 결국, 궁금해했던 ‘빛의 끝’으로 돌아갔다.


아유미의 학창 시절 친구였던 이치이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홋카이도로 내려온 조용한 소년이었다. 파이프오르간과 그림에 재능이 있었고, 아유미와 같이 미술부 활동을 하며 교감하게 된다. 청소년 보호 목장에서 일하던 또래의 다케시와 함께 버터를 만들어 팔던 그는, 임종 직전의 엄마를 보고 싶어 목장을 떠났다가 눈 속에 파묻혀 숨진 숨진 다케시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유미는 그런 이치이를 붙잡지 않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서사는 모두에게 존재하는 결핍에 대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서양식 삶이 빠르게 스며든 홋카이도 최북단의 마을 에다루. 노인들은 삶을 마무리하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남겨진 이들과 떠난 이들 모두의 삶에는 어딘가 비어 있는, 아유미가 이치이에게서 발견했던, 그러나 끝내 채워주지 못했던 공동이 있다. 결핍은 끝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삶은 이어지고, 사람들은 서로를 다 이해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모두는 언젠가 빛의 끝으로 돌아간다.


2024년 5월 10일에 남겨놓은 감상-

사실 이 모든 것은 아유미와 홋카이도견과 이치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빈 공간과 누군가의 망막에도 닿지 않은 빛의 끝은 어디일까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유미에게서 온 편지는 겨울 저물녘 아주 짧은 한순간에 비쳐든 기묘하게 눈부신 빛과 같았다.

자연다큐멘터리 같은 건조하고 세밀한 묘사와 그만큼이나 얇게 저민 듯 섬세한 정서 묘사는 묘하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또 극적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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