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고 집에만 있을 순 없다. 우중런을 즐기기 위한 10가지 방법.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대개 창밖을 바라보며 잠깐 한숨을 쉰다. 오늘은 어딜 가기엔 꺼려지고, 빨래도 마르지 않을 것 같고, 괜히 몸이 늘어지는 것 같다며 막걸리에 파전을 외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날이면 오히려 마음이 간질거린다. 조용히 러닝화를 꺼내 신고, 우비도 우산도 없이 빗속으로 달리고 싶어진다.
어릴 적 장대비가 쏟아지면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 때문일까. 맨발로 뛰던 운동장, 젖은 옷도 개의치 않았던 그때처럼,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가끔 빗속을 달린다. 축축한 공기 속을 가르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온 세상이 내 호흡에 맞춰 숨 쉬는 것만 같다. 바닥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내 발소리도 경쾌하게 들린다.
비 오는 날의 러닝은 늘 조용하고 은밀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거리, 축축하게 젖은 나뭇잎, 하늘을 닮은 웅덩이. 모두가 피하려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만의 트랙을 만든다. 누가 나를 쳐다보지 않아도 좋고, 속도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달리는 동안 나는 복잡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비에 씻긴다. 마음에 쌓여 있던 작은 걱정들이 신발 밑에서 철썩하고 터지고, 굳어 있던 감정들이 한 줄기 물처럼 흘러내린다. 뛰고 나면 온몸은 젖어 있지만, 마음은 유난히 말끔하다. 땀과 비가 섞여 흐를 때, 그 어느 때보다 맑아진 나 자신을 만난다.
비 오는 날도 달리고 싶다. 아니, 오히려 비 오는 날이라서 더 달리고 싶다. 세상에 물든 내가, 다시 처음부터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오늘도, 조용히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본다.
1. 적절한 의류 선택
비 오는 날에는 방수 기능이 있는 경량 재킷과 빠르게 건조되는 소재의 의류를 착용하자. 면 소재는 피하자. 땀과 비를 흡수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러닝의 예술(The Art of Running)>에서 러너이자 트레이너인 사라 존슨(Sarah Johnson)은 “젖으면 체온이 쉽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량 방수 재킷과 드라이핏 티셔츠를 입으라”라고 했다.
2. 방수 신발과 양말
<러너스 가이드(The Runner’s Guide)>에서는 방수 기능이 있는 러닝화와 수분을 빨리 배출하는 양말을 착용하라고 했다. 젖은 상태에서 계속 달리면 물집이 잡힐 수 있으므로 갈아 신을 양말도 준비하는 게 좋다.
3. 체온 유지
비와 바람으로 인해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착용하여 체온을 유지하고, 뛰기 전에 충분한 워밍업을 통해 몸을 풀자. 몸이 따뜻하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4. 시야 확보
비가 오는 날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나 자전거 운전자들이 볼 수 있도록 밝은 색상의 옷을 입고 반사 밴드를 착용하자.
5. 보호 장비 사용
방수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자. 비 오는 날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안전을 위해서다. 빗물이 눈에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다.
6. 천둥번개 주의
일기 예보를 확인하자. 천둥번개가 칠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달리지 않는 게 좋다. 쉬자. 통구이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7. 속도 조절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자. 빗길은 미끄러워서 부상을 당할 위험이 높다. 육상 코치 마크 데이비스(Mark Davis)는 “바닥이 미끄러운 곳에서는 작은 보폭으로 달리는 것이 좋다. 특히 코너와 교차로에서 더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8. 러닝 코스 선택
<트레일 러닝의 기술(The Art of Trail Running)>에 따르면 러닝 코스 선택도 중요하다고 한다. 미끄러운 보도, 진흙길, 빗물이 고이는 곳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꼭 휴대폰을 가지고 뛰는 게 좋다.
9. 수분 공급
빗물에 몸이 젖어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가 없다. 비가 와도 땀은 난다. 물을 자주 마셔 체내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10. 운동 후 샤워하고 스트레칭
<운동 후 회복(Recovery After Exercise)>에 따르면 우중런 이후 관리도 중요하다고 한다. 달리기가 끝나면 즉시 젖은 옷을 벗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여 체온을 회복하자. 몸을 충분히 말린 후에는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