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이 그리운 날엔 찬밥을 꺼낸다. 찬밥은 다시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
전자레인지에 찬밥을 데우다 멈칫했다. 플라스틱 용기 속에서 얼어붙은 잡곡밥이 왠지 모르게 내 마음 같았던 걸까. 천안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벌써 10여 년째. 새벽의 주황색 택시조차 낯설고, 형광색 불빛의 편의점 간판조차 위로가 되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은 조금 익숙해졌지만, 가끔 문득 찾아오는 이 공허함은 여전하다.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찬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불을 켜고, 가방을 내려놓고, 냉동실 문을 열면 한쪽에 밀려있는 찬밥이 눈에 들어온다. 그걸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으며 생각한다. 예전엔 엄마가 데워준 밥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나를 챙긴다.
찬밥은 막 지은 밥과는 다르다. 조금 딱딱하고, 수분도 빠졌고, 온기도 없다. 그런데 그 속에 무언가가 있다. 남겨진 것들에 대한 애틋함, 홀로 지내는 이들의 일상, 그리고 어쩌면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요즘은 찬밥을 그냥 데워 먹지 않는다. 계란을 하나 깨 넣고, 김치 한 숟가락을 볶아 함께 비비거나, 된장국에 말아 뜨끈하게 먹는다. 별것 아닌 요리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 도시 속 혼자라는 사실도 조금은 덜 외로운 것 같다.
찬밥 한 공기. 그건 버려진 음식이 아니라, 하루를 견뎌낸 사람의 기록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그 찬밥에 빙의해 오늘도 나를 다시 데운다.
찬밥은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줄어들어 단단해진다. 이러한 성질을 활용하면 더 맛있는 식감으로 바뀐다. 남은 밥을 활용한 레시피 7가지를 찾아봤다.
볶음밥
찬밥으로 만들 수 있는 GOAT 레시피. 찬밥은 수분이 빠져 밥알이 단단해지므로 볶음밥에 사용하기 좋다. 수분이 많은 뜨거운 밥보다 덜 뭉쳐지고 잘 풀어져 고슬고슬한 식감을 준다.
레시피: 찬밥 1 공기, 다진 채소, 계란 1개, 소시지나 햄을 준비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스크램블해 잠시 빼놓고, 같은 팬에 채소와 소시지를 볶다가 찬밥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며 볶는다. 마지막에 스크램블을 다시 넣어 섞는다.
죽
죽여주게 맛있는 죽 만드는 법. 찬밥을 물에 넣고 천천히 끓이면 밥알이 물을 흡수해 부드러운 식감으로 변한다. 수분이 충분히 들어가면서 쌀 전분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레시피: 찬밥 1 공기와 물 2컵을 냄비에 넣고 중 약불에서 20분간 끓인다.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고 다진 파를 올린다.
누룽지
오독오독 간식으로 최고다. 찬밥을 약한 불에 구우면 수분이 제거되며, 쌀 전분이 캐러멜화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레시피: 팬에 찬밥을 얇게 펼쳐 약한 불로 구워 바삭한 누룽지를 만든다. 물을 살짝 부어 부드럽게 즐겨도 좋다.
주먹밥
찬밥은 수분이 적어 점성이 낮다. 여기에 기름이나 참기름을 더하면 뭉치기 쉬워져 주먹밥을 만들기 좋은 상태가 된다.
레시피: 찬밥 1 공기에 참기름 1작은술, 소금, 깨소금을 섞고 다진 채소를 넣어 작은 크기로 주먹밥을 만든다.
오코노미야키
찬밥의 단단한 식감이 부침개 반죽에 들어가면 씹는 맛이 훨씬 좋아진다. 쌀의 전분이 부침개 속에서 바삭함을 더한다.
레시피: 찬밥 1 공기에 계란 1개, 밀가루 2큰술, 다진 양배추와 파를 섞고 소금 간을 해 부침개로 구워낸다.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계란국
찬밥은 물과 함께 끓이면 부드러워진다. 소화가 잘되고, 계란의 단백질과 결합해 영양가 높은 식사가 된다. 계란국은 만들기도 쉽다.
레시피: 물 2컵을 끓여 찬밥을 넣고 끓인 후 계란을 풀어 넣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리소토
짧은 시간에 조리하기 쉬운 리소토. 밥이 국물을 흡수하며 점점 부드러워진다. 서양식으로 살짝 느끼한 걸 먹고 싶을 때 제격!
레시피: 찬밥 1 공기를 치킨 스톡 1컵과 함께 끓이다가 버섯, 생크림, 파마산 치즈를 넣으면 끝! 이렇게 한 번 먹고 나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돈 주고 사 먹기 아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