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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Mar 13. 2021

브릿G에서 2월 최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었습니다

열흘쯤 지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제가 브릿G에서 2월 최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었습니다. 상품으로 10만 원 상당의 도서를 골라 받을 수 있었는데, 저는 어슐러 르 귄의 어스시 전집, 그리고 논픽션 에세이 두 권을 신청해서 얼마 전에 받았습니다. 지금 당장은 일도 바쁘고 읽어야 할 책들도 많아서 펴보진 못했지만 새책은 책장에 꽂아두는 것만으로 설렐 때가 있죠. 제가 지금 그런 것처럼요.


2월 최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어 받은 선물입니다.


열흘이나 지난 시점에 갑자기 이런 자랑을 하는 이유는, 조금 전까지 쓰던 글이 통째로 날아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나가버린 멘탈을 불러들이기 위해 억지로 긍정적인 기억을 소환하고 있는 셈이죠. 올해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필진이 된 이후로 한 달에 한두 편의 서평을 써서 올리고 있는데, 논픽션 원고 마감이 매월 14일 정오거든요. 그러니까 내일 정오까지 제출하려고 쓰던 글이 방금 날아가고 말았다는 얘깁니다. 지금도 식은땀이 나네요.


아 물론 다시 쓰면 됩니다. 전 소설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창작의 고통 이런 건 잘 모르고 그냥 편하게 제 생각 쓰면 돼요. 글이 못났다고 해도 평에 시달릴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덜합니다. 근데 그래도 방금 쓰던 건 좀 아까워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나답지 않게 글이 되게 잘 써진다 싶은. 그렇게 쓰인 글이 제가 보기에도 참 잘생겼길래 내심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게 날아가버렸어요.


당연히 중간중간 계속 저장하고 있었고, 가끔 창을 닫았다가 다시 들어와서 확인도 했어요. 이건 글 쓰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습관 같은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랑 같이 잠깐 세탁소에 갔다 와서 노트북을 열어보니까 완전 처음 상태로 돌아와 있었. 뜻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흩뿌려놓은 단어들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더라고요. 근데 더 어이가 없는 , 제가 그 상태로 저장을 누르고 창을 닫아버렸다는 겁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무슨 영문인지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중간중간 저장했던 문서가 초기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그걸 보고도 저장을 누르고 창을 닫은 저는 무슨 정신머리를 달고 있었던 건지. 총체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입니다. 근데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되돌릴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이 이상 화내거나 흥분할 이유도 없는 거겠죠.


이제 다시 쓰던 걸 쓰러 돌아가야겠습니다. 푸념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이러나저러나 마감은 지켜야 하니까요. 혹시라도 이런 제가 불쌍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이번에 최우수 리뷰로 선정된 저의 글을 읽어봐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훌륭한 작품을 써주신 남세오 작가님의 소설 「마야」까지도 함께 읽어봐 주신다면 그야말로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좋은 작품을 함께 읽고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소설은 아직까지 브릿G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출간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곧 유료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모두, 저 같은 일 겪지 마시고 부디 평온한 밤 보내세요.




소설 - 「마야」


리뷰 - 「존재의 본질, 인공지능으로부터의 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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