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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Aug 29. 2021

퇴사 생각을 잠시 접게 되는 이유

요즘처럼 평온한 적이 없는데도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꿈꾸지만, 당분간 퇴사 생각을 접게 될 때가 등장한다.



1. 회사가 브런치 글감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때

우울한 일이 연달아 터지면 짜증을 넘어서 슬퍼지기까지 하다가도 지금 내가 당한 이 이야기와 이 감정이 브런치 글감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퇴사 마음을 일단 접게 된다. 브런치의 긍정적인 효과라고나 할까.  


2. 회사 사람들과 노닥이는 게 좋을 때

조직이 주는 힘은 꽤 크다. 같은 조직이란 이름으로 한 울타리에 있게 된 사람들. 일부러 사람을 사귀는 성격이 아닌 내게 한 공간에 가둬놓고 일만 시키는 회사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억지로 회사 안에서 떠밀리듯 적응하는 척 하지만, 바빠 죽겠는데 쓸데없는 걸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사람을 보면서 짜증 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로 엮인 어떤 사람이 너무나도 밉지만, 실제로 퇴사를 하게 된다면 업무 시간에 노닥일 친구를 잃게 되고, 외로워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제는 회사 사람들이 나의 유일한 인간관계의 통로인 것이다.


3. 회사가 꼬박꼬박 월급을 주는 곳이라는 것이 생각날 때 - 특히 월급날

투자에 재주가 없는 나는 유일한 수익원이 월급이다. 그 월급을 아껴서 저축하고 노후를 대비한다. 비록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세를 왕창 떼어가지만, 그걸 떼어가고 받는 실수령액에 대한 기쁨은 직장을 잃고 지역가입자로서 내야 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납부액의 100배 가치가 있다. 그만큼 지역가입자로서 국가에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돈은 너무나도 아깝다. 잊지 말아야 한다. 액수를 떠나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기쁨을.  


4. 딴 데 가도 그 나물에 그 밥이었음이 기억날 때

이직 경험이 많은 나는, 다른 좋은 직장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지 오래다. 딴 데 가도 이러한 기분은 똑같이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차라리 여기 있는 편이 낫다.


5. 그냥 있어도, 이직을 하려 해도 불안한 나이가 되었음을 인지하게 될 때

어느덧 어중간한 나이가 됐다. 그냥 있자니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것 같고, 위는 시들시들하니 차라리 내가 나은 것 같다. 내게 리더로서의 역할이 요구되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혈기도 잃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나도 싫어 이직을 하자니 이제는 나이가 걱정이고, 심신도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직을 해서 떠나자니 연봉을 크게 올리거나 직급을 업그레이드해야만 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어디 받아주는 곳 없을까 봐 두렵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퇴사 버튼을 누를 생각을 완전히 버리고 마음을 다잡고 앉아있는 오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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