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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May 30. 2021

정말 안 어울리는 전공이네요

직장생활은 한 사람의 이미지도 크게 바꾼다

연희의 꿈은 국제기구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복지도 전공하고 국제정치도 공부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현장에 목숨 걸고 뛰어들어가 봉사활동을 했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있어서 언젠가 나이가 들면 사회복지사로 일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졸업과 함께 연희는 현실에 타협했다.

국제기구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접고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때는 대기업에서 일을 배우면서 기회가 되면 더 넓은 국제사회로 진출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있었지만, 연희는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 허우적거리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꿈을 점점 잊어갔다.  


연희가 회사에서 일한 지 10년도 넘은 어느 날.

팀 사람들이 새삼 연희의 전공을 묻는다.  

"그런데 연희 과장님, 전공 뭐하셨어요?"

연희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입을 모아 말한다.

"예?" "과장님이?" "사회복지요?"


연희는 의아하다.  

"왜요? 이상해요?"


팀 사람들은 앞다투어 말한다.  

"아니, 과장님과 너무 안 어울리는 거 아닌가요?"

"과장님이 사회복지사라니 정말 상상도 안 돼요."

"그거 희생하고 봉사하는 그런 직업이잖아요."


그동안 회사에서 연희에게 전공을 묻는 사람도 거의 없었지만, 전공을 말했을 때 이러한 반응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이 넘는 직장생활이 연희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적합한 직장인이자 이해관계를 철저히 따지는 그런 사람으로 바꾸어 놓은 것 같다. 회사 잘리면 사회복지사나 하려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보험처럼 가지고 있었는데 곁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러니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 

하긴, 연희도 이제 사회복지사나 공무원의 일 처리 방식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갑갑하다. 때론 이상주의자들이 한심하게 보인다.  


앞으로 뭐해먹고 사나...

연희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내일이면 회사 일로 이 생각은 또 어딘가에 고이 묻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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