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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May 02. 2021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삶

퇴사의 조건 #1

인스타그램에서 노홍철을 following 하고 있다. 노홍철은 홍철책빵을 내서 책도 팔고 빵도 판다. 어쩌다 홍철책빵의 빵을 사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함께 온다.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노홍철의 라이프스타일은 하고 싶은 거 하는 스타일이다.


최근에 본 책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건넨다. 제목은 <좋을 대로 하라!>. 저자 구스노키 켄은 각종 고민 상담 요청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다.

좋을 대로 하세요


구스노키 켄은 단 한 사람,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일하는 사람에게만은 그 회사를 당장 그만두라고 했다.




나는 원래 책을 읽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피곤하면 난독증이 와서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 책은 보통 꼭 읽어야 할 때만 억지로 는 공부의 수단이었지, 여가의 수단은 아니었다. 그런 이유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읽던 책은 오로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 달라고 '우연히' 협찬을 받은 책들 뿐이었다. 그래 봤자 나는 책 전문 블로거가 아니었기에, 내가 1년에 책을 읽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던 책은 10권 미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코로나가 왔고, 블로그에 내가 자주 올리던 여행후기나 맛집후기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점점 블로그 포스팅에도 흥미가 없어진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쓰는 재미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 폐인처럼 쉬어야 할 시간에 글을 쓰고 더욱 지쳐가는 내 모습이 한심하여 한동안 글을 쓰는 것도 멈췄다.


직장에서는 바쁘던, 바쁘지 않던 내 일상은 단조로웠다. 어쩌다가 브런치에 쓴 글이 큰 인기를 얻으며 재미도 느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무언가를 생산해 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일과 같은 귀찮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서 네이버에 전문 콘텐츠를 발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는 '여행'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행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서'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코로나의 위험 없이 집에서 읽고 포스팅을 올리면 되니까. 하지만 도서 카테고리는 나에게 도전이었다. 그동안 읽어둔 책도 없을뿐더러, 나는 출판사를 통해 지원받은 책만 읽어왔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무엇이 맘에 들지 않아 나를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로 선정해 주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어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자, 출판사를 통해 신간을 읽고 포스팅을 해달라는 요청이 더 많이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좋은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 그리고 그런 책 중에서 내 마음을 울리는 에세이들이 참 많았다. 위에서 언급한 <좋을 대로 하세요>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이후, 나는 협찬의 홍수 속에, 그리고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욕심에 하루에 거의 1권 꼴로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그 과정 속에서 독서의 재미에 빠졌다.  




 <도쿄의 디테일>을 쓴 생각노트가 <생각의 쓰임>이란 책을 출간했다. 마케터로서 IT기획자로서, 그리고 인플루언서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리해 놨다.


이럴 수가. 내가 찾던 롤모델이 여기 있었다. 어딘가에 글을 쓰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를 하여 인정받고, 또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영감을 받고, 이 모든 활동은 생각노트의 직장생활 외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나도 생각노트를 따라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크게 변해버렸다.


매 주말,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읽고, 미친 듯이 블로그에 좋은 내용을 타이핑하고, 인스타나 브런치에 무언가를 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말의 나는 이제 편히 쉬지 않는다. 끊임없이 생산을 위한 작업을 한다. 비록 그것이 남의 아이디어와 라이프스타일을 배우는 것이라도 말이다.


책을 읽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부작용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기억하고 싶은 것을 받아 적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어떤 책에는 블로그에 받아 적을 좋은 내용들이 너무나도 많다. 팔이 아파도 주말 내내 책을 베끼다시피 하며 타이핑하며 정리한다. 그러다 보니 출근을 하면 팔목이 너무 아파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다. 또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주말이다. 


김난도 교수도, 김범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도, 생각노트도 이러한 생산적 활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들의 휴식 방법을 따라 하고는 있지만, 원래의 스타일로 곧 돌아갈 것만 같다. 나는 어째 점점 지쳐간다.  


주말에도 나다운 휴식을 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에너지를 쏟다 보니, 평일에도 직장에 가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어딘가에 발행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진다.


즉흥적으로 퇴사를 결심할까 봐 걱정하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그러면서도 슬며시 following 하고 있는 동네책방 인스타를 살펴본다. 동네책방에는 작가들이 와서 책을 읽기도 하고, 토론도 하고, 글도 쓴다.


나도 이런 거 하나 차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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