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여전히 나는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히려 백신만을 강조하고 백신 맞지 않은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단세포적 정책에 무한 불신만이 늘어갈 뿐이다.
하지만 미접종자로서 계속해서 경험하게 되는 자율의 침해와 차별에 나는 백기를 들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백신을 접종하기로 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회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1차 접종자인 나는 굳이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지 않고도 병원에 직접 전화해서 문의하면 환영받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회사에다가는 '나는 내일 백신을 맞을 것이고 쉴 것임'을 공표한 후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 문이 여는 9시 30분보다 더 일찍, 9시 20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9시 30분이 되자 병원문이 열렸고 나는 첫 번째로 예진표를 제출했다. 9시 48분이 되자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백신 1차 접종을 예약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남들은 다 모더나 목걸이 표를 받는데 나는 화이자 목걸이 표를 받았다. 오기 전부터 모더나를 맞아야 하나 화이자를 맞아야 하나, 원하는 백신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미 화이자로 지정되어 있었다. 모더나 목걸이 표를 받아 든 어떤 아저씨는 화를 내며 화이자 못 맞으면 딴 데 갈 거라고 하자 간호사는 그럼 의사 선생님께 상담하면서 넌지시 바꿔도 되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10시가 넘도록 주사를 맞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잠시 뒤 10시 5분. 같은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내게 1차 접종을 받았다는 문자가 왔다.
'엥? 맞지도 않았는데?'
그러려니 한다.
기다림이 계속된다.
처음에는 상담을 해 줄 의사가 회진 중이라 늦어진다더니, 늘어난 대기자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이제는 정부 시스템 오류로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한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접종이 시작됐다.
내 이름이 불리고 드디어 의사를 만났다.
간호사도 그랬는데 의사도 눈이 커지면서 묻는다.
"1차 접종이세요?"
내일 중에라도 왼쪽 가슴이 아프면 꼭 내원을 하라는 말과 함께 상담이 끝났다.
드디어 접종을 할 시간.
이제 맞나? 싶었는데 간호사가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주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꾸벅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추운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데 15분 대기하고 가라는 간호사의 당부가 생각났다.
주사를 맞고 나니 차갑게 혈액순환이 되는 것 같다. 온몸에 피가 아닌 차가운 물질이 통과되는 기분이다.
그 외에 아직까지 왼팔이 아파오고 있다는 것 외에는 큰 증상은 없다.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 잠시 오전 중 밀린 업무를 보고 당당하게 휴가를 냈다.
점심을 특별히 집밥으로 차려 먹으며 생각한다.
'쉬니까 좋네!'
안 맞고 버티던 코로나 백신, 이제 나는 코로나 백신에 물들고 말았다.
그래. 당신들이 이겼다.
끝까지 백신 맞지 않겠다는 지조를 지키지 못한 점과 앞으로 평생 백신을 맞으며 살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몸이 오염에 노출된 것 같은 느낌은 아쉽다.
그래도 늦게 맞아서 좋은 점을 생각해본다.
왠지 내 연령대에 더 효과가 있을 화이자 백신을 투여받았다는 느낌, 좋다.
굳이 사활을 걸며 예약하고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맞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남들 백신 맞는다며 쉴 때 한창 바쁘게 일했던 보상을 받는 느낌이 아주 조금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5주를 더 기다려야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이유로 받고 있는 차별이 없어질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