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이름은 참 멋있다.
보통 기획팀이라고 하면 전략을 짜고 이행하는 최상단 조직인 것 같지만, 실제 기획팀은 C-Level의 의사결정 사항을 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
기획팀에 있으면 좋은 점도 많다. 높으신 분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고, 말 한마디 더 섞을 수 있다. 임원들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어서 법인카드로 비싼 밥도 먹을 수 있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눈치껏 더 빨리 알아챌 수 있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회사 돌아가는 방식이 이런 거구나 싶다. 리더의 손발이 되는, 리더를 보좌하는 일에 가까워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이지만, 그렇기에 기획팀의 업무란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것이 많다.
기획팀이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는 회사는 그래서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오랜 기간 그 안에서 군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30년 된 말단 공무원보다 더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내보내지 못하는 회사는 유착이 심하고 비리와 부당함의 온상일 가능성이 높다.
투명하고 깨끗한 회사여도 기획팀은 승진을 노려보기 좋은 곳이다.
C-level의 눈에 들 확률이 높기 때문에 윗사람을 잘 보좌만 해도 점수를 딴다.
하지만,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큰 역할을 맡게 되면 그동안 보좌만 잘해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여 거대한 이윤을 만드는 등 회사가 기대하는 바를 지원만 하지 리딩 하기 어렵다.
기획팀에 오래 있는 사람이 빠지게 되는 모순이 있다.
내 능력을 보좌하는 리더의 능력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서로가 조화를 이뤄 최상의 시너지를 낸다면 그것이야말로 능력이지만, 아주 오랜 기간 기획팀에 있는 사람들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있던 열정과 노력마저 잊게 된다. 리더의 능력에 대리 만족하며 리더의 지시사항을 관리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돈을 버는 것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리더의 밑에서 보좌진 업무를 한다면 낭패다. 결국 그 리더의 뒤꽁무니만 밟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능력이 없거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게 도태된다.
편안함이 좋고 안정적인 것이 좋다면, 기획팀에 머무르는 것이 낫다. 그러나 '나'가 더 중요하다면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곳에서 당신이 계속해서 쌓아가게 될 역량은 리더에게 잘 보이기, 반대 의견은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수긍하기, 리더가 지시한 것 그 아랫사람들에게 전달하기, 리더의 눈을 가리고 아웅해보려 노력하기, 지금의 자리를 보존하기에 급급하기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직장생활에서 많은 것을 차지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있어보며 경험하는 것은 좋다. 이 외에도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알게 되고 주요 인물들과의 네트워킹도 생기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다. 하지만 1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