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dow Jan 17. 2021

내가 따를 만한 리더가 있는 곳

이직의 조건 #2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0년도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나는 일반 회사원의 삶이 익숙지가 않다. 주로 프로젝트 중심의 일을 했었고, 짧은 기간 안에 자기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놓고 나왔어야 했기 때문에 직장생활의 위계질서나 높으신 분들과의 관계, 이런 것들은 내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고 또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처음 회사 지원조직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게 됐다. 즉, Acting 멤버로 프로젝트를 뛰는 사람이 아니라, 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영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전제적인 방향성 관점에서 이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큰 그림 안에서 움직이도록 하는 인사팀, 재무팀, 기획팀, 전략팀 등의 조직이다.  


회사 지원조직은 내가 회피하고 있었던 임원들과 직접 일해야 하는 점이 있다. 따라서 임원의 업무 스타일을 잘 맞춰야 한다. 지원조직에 있다 보니 임원에 따라 아직도 재떨이를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지원조직의 일원이라 함구하게 될 수도 있다. 나도 재떨이는 아니지만 언어폭력을 당하거나 목격한 적이 꽤 있다. 2020년판 재떨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임원 곁에 있으니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라인'이라는 것이 매우 뚜렷하게 잘 보였다. 즉, 자기 사람 요직에 앉히기다. 그러니 사장님에게 충성하고 임원에게 충성하는 예스맨들로 가득찬 회사 피라미드의 꼭대기 구조가 너무나도 잘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내 개인적으로 따를만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가 구분되는 것 같다. 자신의 친분과 기존에 업무를 같이 했을 때의 친숙함은 이해한다. 그러나 공과 사는 철저히 잘 구분해야 할 터, 자신의 과거 조직에서의 좋은 인식이 현재의 조직에서도 좋을 것이라는 가정은 없어야 할 것 같다. 현 회사에 있는 인력이 새로 온 자신의 검증을 받지 못했다고 하여 오랜 기간 승진을 유예시키는 경우도 보았다.


반면 회사에서 검증이 안 된 인재가 자신의 예전 회사에서 검증된 사람이라고 해서 바로 리더로 앉혀놓고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도 봤다. 업무적으로는 임원의 뒤치다꺼리 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려고 지원조직이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임원이 임명한 다른 리더들을 뒤치다꺼리 하는 것이 영 불편하다. 내 본연의 업무도 많은데, 업무의 룰을 깨며 내놓는 요구사항에, 그들의 업무까지 대신하려니 월급을 두배로 받아도 모자랄 판이다.


자신의 친분으로 사람을 앉히는 것은 뭐 이해하겠다. 그러나 그 결과가 좋지 않다면, 특히 내 눈에 좋지 않다면, 나는 이 조직을 떠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와 같은 지원조직의 평사원은 함부로 자리를 옮길 수 없다. 높으신 양반이기에 내가 어디를 옮겨가든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까지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회사 지원조직의 업무 처리 구조도 맘에 안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모시는 리더가 내세운 조직구조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행태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퇴사가 간절했다.


퇴사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직을 이동할 시기를 찾게 되었고, 그 시점은 조직개편이 발표난 연말임이 점점 뚜렷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연말 조직 개편이 찬스인 것이다. 이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게 이렇게 보람찰 수가 없다. 똥 치우는 일도 이제 3개월만 하면 된다니... 마음이 즐겁다. 이렇게 마음가짐을 바꾸니 긍정적인 마음이 됐다.


2020. 10. 조직 이동을 꿈꾸며 썼던 글...

매거진의 이전글 사실이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