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dow Feb 11. 2021

내려놓음 혹은 내려가는 중

산을 내려가던 어느 날의 소회

2017년 백수 시절의 어느 날.


한때 인기 있었던 책 <내려놓음>.
책은 읽지 않고 제목만 봤지만 내가 그 책의 제목상의 내려놓음을 몸소 실천 중이라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효리네 민박>에서도 이효리는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했다.

내게 정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새로운 산을 처음부터 다시 오르기 위해 천천히 내려가는 중이다.  

하지만 문득 생각하기도 한다.
기초 체력도 없는 주제에 지금 산을 포기하고  새로운 산을 오르려는 것은 나의 헛된 열망은 아닌 건지...

또 이전에 함께했던 잘 나가는 동료들을 만나면서 다시 고민에 빠진다.
나의 이 내려놓음이 내가 몸 담았던 조직에 폐가 되는 것이 아닌지...
더 높은 비전과 열정으로 더 좋은 자리에서 날개를 펴지 않고 나 혼자 스스로 웅크리면서 그들과 나를 분리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내 알 바는 아니지만) 그 조직에서 내세우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 속에서도 나는 아직도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 이 산보다 새로운 산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질지도 모르겠다.
그 산이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볼품없을지라도...




2018년 2월 24일.


몇 개월도 안 된 생각인데 원래의 다시 산을 오르려는 나와 만났다.  
너무 외부 환경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다른 대안은 없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따를 만한 리더가 있는 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