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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Apr 10. 2021

이젠 기침하면 집에 보내줄까?

코로나가 불러온 궁금증 하나

나는 감기 취약 체질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기에 잘 걸리는데, 한 번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아주 심하게 해서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진다. 기침을 밤새도록 끊임없이 하는 재주를 타고나서 어릴 때는 새벽에 아버지 차에 실려 병원도 자주 갔다. 합창단원이었을 때도 기침을 많이 해서 공연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 다닐 때도 나의 기침은 끊이지 않았다. 단 한번, 꽤 오랜 기간 기침을 안 하던 순간이 있었는데 정부부처에서 일할 때다. 스트레스가 적으면 아픔도 적은가 보다. 그때는 내가 일을 즐기고 있을 때여서 감기도, 침도 없었다. 그래서 난생처음 사무관에게 이런 말도 들어봤다.

"어쩜 이렇게 건강해? 아프지도 않아~"


중요한 일 바로 직전 몸살이 와서 잘 될 일도 종종 그르치던 나다.  그러고 보면 건강은 심리 상태와도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한번 감기에 걸리면 얼굴이 빨개지고 나도 무얼 어떻게 할 수 없을 때까지 숨도 못 쉬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그동안 함께 일한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에

"옮기지 마세요"

라고 할 뿐, 기침이 심하니 집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프로젝트성 일을 할 때는 아무리 아파도 나는 계속 내게 주어진 일을 해야 했다. 나의 시간은 곧 비용이었고, 또 내 할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 업무는 펑크가 나기 때문이다. 내 동기는 터널에서 심한 교통사고를 냈고 차가 으스러져 폐차를 했지만, 잠시 병원에 있다가 바로 회사에 나와 일을 해야 했다. 나 또한 목이 안 돌아가도, 기침이 심해도, 다리를 다쳐 절뚝여도, 몸살이 나서 오한이 와도, 발에 동상이 걸려도 회사에 출근하여 내 할 일을 해야 했다. 심지어 기침을 심하게 하는데도 노래방에 가서 고객 앞에서 콜록이며 노래를 한 적도 있다.


몸살이 나서 오한으로 일을 못할 지경이지만 나를 돈을 주고 쓰는 사람들은 집에 가서 쉬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중대한 문서 작성을 마치고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도 그랬다. 학창 시절 감기에 걸리면,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한테 방해되니 입을 틀어막고 기침하라는 말만 할 뿐, 너무 아픈 것 같으니 오늘은 집에서 쉬라든지, 기침이 너무 심하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집에 오라든지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직장을 다녀도 부모님은 회사 사람들에게 방해되니 마스크를 하고 있으라든지,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하라는 등의 충고만 했다. 그래서 나는 일상에서 아픈 상황에 익숙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신종플루,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는 심한 감기에 걸리지 않다는 거다. 코로나가 팬데믹이 된 상황에서도 아직 몸살에 걸려 심하게 아프거나 기침을 심하게 한 적이 없으니, 이것 역시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감기에 잘 걸리고 기침을 많이 하는 나는 매일 제발 열이 나고 기침을 심하게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앞날이 궁금하다. 이젠 예전처럼 기침을 하면 집에 보내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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