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대동여지도*
아저씨가 가파른 언덕배기
골목을 쓸고 있다
빗자루가 지날 때마다
시멘트 덮인 골목에도
보일 듯 말듯
빗살무늬가 새겨진다.
아저씨 등으로
포도송이 닮은 땀이 흐른다
땀방울에서 반짝
무지개가 어린다.
가파른 언덕배기
골목에 사는 사람들이
보일 듯 말듯
시멘트에 새겨진
빗살무늬를 밟고
집으로 들어간다.
아저씨는 빗자루 앞세워
대동여지도의
한 조각을 쓸고 있다
시멘트 아래
땅속까지 시원하겠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김정호(1804∼1866)가 만든 지도. 대동여지도는 보급하기 쉬운 피나무 목판본인데, 가로 3m, 세로 6m 60㎝이다. ‘대동’은 우리나라를 말하고, ‘여지도’는 땅 전체를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