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얼마 전, 망원동에 있는 망원정이라는 우유가게에 들리게 되었다. 망원동에서 '허사랑'이라는 생활한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언니가 망원정에서 밥을 먹자고 했다. 망원정은 우유 종류만 취급 하는 가게이다. 짜이, 밀크티 등만 판매하며 커피는 팔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밥을 먹자고 하니 조금 의아했다. 망원정에 가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망원정 주인 언니가 인도 여행 때문에 가게를 비웠고 주인 언니의 친구들이 2주간 번갈아 가며 새로운 메뉴을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를 만든 것이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미국인 사진작가 마이클이 운영하는 미-일 한정식의 날이었다. 미국 사람이 하는 일본 가정식이 주제였다. 산마타키고미고항, 미소된장, 토마토 오이 샐러드, 멸치볶음, 피클, 우롱차가 나왔다. 산마타키고미고항은 꽁치 볶음밥이었는데 꽁치를 넣고 이렇게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전체적으로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이틀씩 돌아가며, 한식 가게, 디저트 가게, 일식 가게 등등 새로운 주인이 새로운 프로젝트로 음식을 내놓았는데 신선했다. 우선 새롭고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주인이 바뀌니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즐거웠다.
사진작가이지만, 어느 날은 우유가게 망원정의 요리사가 되기도 하는 마이클. 직업이 두개인 사람, 혹은 본업과 다른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그들은 직업은 무엇인 걸까? 직업의 본래 정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오늘날에는 다르다. 글을 쓰면서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고, 요리사를 하면서 푸드스타일리스트를 할 수 있다. 요컨대 직업이라는 건 오늘날에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회사에서 나는 이런 소리를 들었다.
"지연 씨는 너무 산만히 넓어. 다양한 시각으로 일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한곳에 집중하며 전문성을 길러야해"라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어느 곳에 재능이 더 있는지, 혹은 어떤 일을 더 잘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경험해보지 않고 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또한 실제로 나는 여러 가지의 것들에 흥미가 많았다. 공간 디자인, 글쓰기, 브랜딩, 여행 등등. 호기심이 많아서였던걸까, 나는 그 회사를 나오게 된 후 ,좀더 자유로운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곳에 있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관점에 조금씩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지금 현존하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현재에 있는 직업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혹은 내가 만들어 갈 직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경제의 플랫폼인 airb&b 같은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공유경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2의 직업을,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앞으로 공유경제는 고용문제 해결에서 더욱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에 8월 1일부로 WeWork 강남점이 오픈했다. 그전에 FASTFIVE와 같은 코워킹 플레이스가 있었지만, 글로벌 기업의 코워킹 플레이스가 들어오면서 코워킹시장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을 제대로 입증되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8월 1일부터 WeWork강남점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여 생활하다 보니 직업과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홍대 사무실에서 WeWork로 가는 차안에서 대표님과 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세기가 Job으로 규정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Work로 규정되는 시대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에 대한 개념이다. Job은 하나의 직업을 가지며 한 곳에 소속되어 거의 일생을 그 일에 몸을 담그는 시장이다. 다른 직업을 가지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또 어렵기도 한 직업시장이다. 20세기는 하나의 직업에 전문성만 가져도 허용되는 시대였다. 반면, 지금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자기를 대변한다. 예를 들면 "저는 디자이너지만 요리사이기도해요" 혹은 "저는 마케터이자 호스트예요"라고 할 수도 있다. 하는 일에 따라서 자신을 대변하는 직업이 생긴다.
'포트폴리오 노동자' , 즉 21세기는 work로 규정되는 포트폴리오 노동자의 시대이다. 사진작가를 하고 있지만 남는 시간엔 요리를 해서 요리사가 될 수도 있는 것, 소설가이지만 때로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될 수도 있는 것, 그것이 21세의 일에 대한 새로운 방식이다.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은 일에 대한 관점이 달라짐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될까? 앞으로가 기대된다.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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