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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Aug 22. 2017

The Table

하나의 테이블, 네 개의 이야기.


부유물이 물속을 둥둥 떠다니는다. 빛이 투명한 액체를 투과해서 그런걸까 눈부시게 아름답다. 스크린 화면에 가득 찬 저 장면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곧 카메라가 멀어지며 부유물은 유리컵속에 든 물로 정체가 밝혀진다. 세상에는 가까이 보아야만 더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첫 장면의 부유물이 의미하는 것은 아마, 영화가 스토리가 어떻게 펼쳐 나갈지에 대한 암시일것이다. 

네 개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지나칠지도 모르는 저마다의 사정이다. 우리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타인에 사연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감독은 영화에서 사소한 부유물을 확대하여 아름답게 재해석하는 것으로보아 사소하고 어쩌면 누구도 관심갖지 않을 네 개의 사정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한다.


1.오전 열한 시

 오전 열한 시

어느 한적한 동네의 조용한 카페의 한 테이블에서 이이야기는 시작된다. 

오전 열한 시 과거의 연인이 재회한다. 스타가 된 여배우와 과거 전남친. 그들이 왜 헤어졌는지는 대화를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여자들이 일명 '새벽 두 시 구남친'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등장한다. 과거의 관계인데도 혼자 현재진행형으로 이야기 하는 남자. 그 둘은 아마 이번의 만남으로 두번은 보지 않을 것이다.



2.오후 두 시 반

오후 두 시 반
오후 두 시 반

사랑은 타이밍이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나에게 지쳐갔을 즈음, 내가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것. (혹은 반대일 수도)그래서 엇갈리 수 도 있는것. 오후 두시의 테이블은 사랑의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의 아니게 엇갈린 타이밍. 하지만 타이밍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마음이 있다면,노력을 한다면 엇갈린 타이밍쯤은 한 사람이 엇박자를 쉬던지, 한 사람이 엇박자를 빨리 가던지 해서 맞추면 그만이다. 



3.오후 다섯 시

오후 다섯 시
오후 다섯 시


오후 다섯 시, 해질녘의 노을이 창가로 들어온다. 온갖 것이 노르스름하고 따스하며 어쩌면 따분하게 보일 수 있는 시간, 두 여자는 과거의 기억을 교차하며 현재의 대화를 구성 해 간다. 비록 그 둘의 만남의 계기는 진실과는 동떨어져있지만, 마음만은 진실하다. 죽은 딸의  결혼식에 가지못해서 마음이 아픈 여자와, 죽은엄마를 대신하여 가짜 엄마를 결혼식에 섭외한 여자.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어느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된 사연들 덕분에 우리는 진짜 진실을 발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어느것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4.저녁 아홉 시

비 오는 저녁 아홉 시


오전 열한 시의 만남은, 사랑이 완전히 끝나 뒤끝이 없는 비온 뒤 단단히 굳은 땅이라면 저녁 아홉시의 만남은 여운이 남아 질척해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기 힘든 진흙같은 땅이다. 끝내야 할것을 알면서도 끝내기 아쉬운. 누구 하나 먼저 뒤돌아서 제 갈길을 가야하는데 차마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는 그런 만남을 그린다.

남자가 한번만 잡아준다면 다시 돌아갈 마음이 있는 여자를 남자는 잡지않고 포기한다. 그리고 진짜로 헤어지기 직전 남자는 여자를 잡는다. 꿈에서 니가 나왔어. 여자는 그런 남자를 향해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선을 긋는다. 남자가 붙잡았다면 정말 사랑했다면 돌아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가 그러지 못할것을 알고있다. 알기 때문에 남자를 향해 다시 만나자고 말했을 지도 모른다.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 하루동안 머물다 간 네개의 인연의 관한 이야기는 알고보면 지극히 우리의 이야기다. 타인에게는 중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이야기다. 멀리서보면 그냥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지극히 보통의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짝거렸던 그래서 아름다웠던 개인의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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