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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Feb 25. 2020

평평범범한 일상은 어디에

평평범범하다


photo by 눈큰 / iphone xs


요즘엔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잘 모르겠다.

‘코로나 19’가 모든 뉴스와 검색어를 독차지하는 요즘,

다행히도 나와 내 주변에는 그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없어서

그저 시키는 대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웬만하면 집에만 콕 하고는 있는데….


이게 하루 이틀 끝날 일도 아니고,

열심히 치료하고 치료받고, 성실히 소독하고 관리하고, 힘들지만 서로 협조하고 각자 조심하면서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런저런 형태로 몰상식하게 행동하는 사람들 보면 화도 나고,

사다 놓은 마스크는 몇 개 안 남았고,

마트 배달은 오늘 주문해도 모레나 오고,

이 와중에 학교도 학원도 안 가는 아이들은 살판났고, 종일 떠들고….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떠 있는지, 일이 계속 손에 안 잡힌다.


분명 봄은 어딘가에 오고 있을 텐데, 영영 봄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밤.

새벽쯤부터는 봄비 같은 것이 온다고 하더라 만은.


오늘 해야 할 번역 일을 아직 다 못해서 늦게까지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뉴스가 아닌 남의 글들을 기웃거리며 잠시 한눈을 판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딴생각을 해본다.

평범한 하루, 평범한 생각들이 그립다.


얼굴을 마주할 사람이 생겼다는 것, 수다를 떨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것, 내 이야기를 적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는 것, 매해 반복되는 겨울의 만화책+귤+이불의 조합을 만끽하는 것, 내 몫의 일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야밤에 미드와 맥주의 조합, 좋은 문장과 사진들, 누군가의 컬렉션을 보며 동경하는 것, 동물들이 주는 소소한 위로들, 가끔의 빈둥거림, 어쩌다 만드는 맛있는 식사, 세제 냄새 풍기며 완벽히 해놓은 청소된 공간을 볼 때면 행복을 느껴요.
- <페이퍼> 2019년 2월 호 ‘행복은, 어디서 날아드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어느 독자의 대답 중에서


중국어로 ‘평범하다’라는 말은 ‘平凡’,

평범하다는 것을 강조할 때는 ‘平平凡凡’이라고 반복해서 잘 쓰는데,

국어사전에도 이 말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평평범범하다...

‘매우 평범하다’는 뜻이다.


모두들 평평범범한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며 딴생각의 결론을 그리 맺어본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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