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로 여행 가기 17

2018. 12. 28. 방콕

by 시골할머니

호텔 뒷문으로 나가면 좁은 골목에 아침 일찍부터 아침밥을 사가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밥과 반찬, 국을 파는 집도 있고, 닭을 튀기는 할머니도 있고, 라이스페이퍼에 속을 채워 돌돌 만 음식도 있고, 무언가를 바나나 껍질에 싸서 찐 음식도 있다. 호텔 주인 말로는 20밧짜리 국수도 있단다.


골목에서 사가지고 온 우리의 아침식사.


새로 옮긴 호텔이 시내에서 보면 강 건너라서 새벽사원 왓 아룬 까지 걸어서 가 보기로 한다. 우리는 1시간 이내 거리이면 보통 걸어 다닌다. 짧은 여행이면 시간을 아껴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서 다녀야 하겠지만 , 우리는 꼭 봐야 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니면서 만나는 풍경들을 보는 게 좋다. 남편은 오래전에 방콕에 왔을 때 새벽사원을 봤다는데, 내가 왔을 땐 보수공사 중이어서 못 봤다. 이번에 방콕에서 우리가 보려고 계획한 관광지는 새벽사원과 짜뚜짝 시장 두 곳이다.


구글맵으로 새벽사원 가는 길을 검색해 놓았는데, 골목으로 들어가려니까 남편이 동네 파악도 할 겸 큰길로 가자고 해서 좀 돌아서 가게 되었다. 지도를 보며 가다가 중간에 착각을 해서 새벽사원이 아닌 다른 사원으로 가게 되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도 받지 않고, 관광객도 별로 없고, 남편이 아무리 오래전에 와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렇게 생긴 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굉장히 큰 불상이 모셔져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강이 나왔다.


강 아래쪽으로 멀리 새벽사원이 보인다.


다시 구글맵을 켜 보니 내가 이름을 착각해서 다른 사원에 와 있다. 새벽사원은 다시 큰길로 나가서 좀 더 가야 한다. 구글 지도로 보면 강가의 바로 옆 위치지만, 강의 좁은 지류를 건너는 길이 없어서 삥 돌아야 한다. 돌아나가기 힘들어서 혹시나 하고 근처 집에서 물을 뿌리고 있던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바로 옆으로 가라고 큰길과 반대방향을 알려준다. 가르쳐 준대로 가다 보니까 황량하고 길이 없어서 쭈뼛거리고 있었더니, 아까 길 물어볼 때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안 가고 지켜 서 있다가, 왼쪽으로 가라고 소리쳐서 방향을 가리켜준다. 길도 아닌 오솔길 같은 곳으로 가니까 수문 같은 게 있는데 그 위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이 있고, 마침 그쪽에서 오는 사람이 하나 있다. 용기를 내어 올라가니까 동그란 원형계단을 또 올라가서 작은 쪽문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구글 지도에는 안 나오는 동네 사람들 다니는 길이다. 역시 발달된 디지털 사회지만 인간이 더 우위인 게 확실하다.


쪽문을 나가니 승려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는 곳 인가보다. 텐트를 숙소로 쓰는지 텐트가 죽 늘어서 있는데, 한쪽에선 칠판을 놓고 공부하고 있다.

거기서 밖으로 나가서 한참을 더 가서야 새벽사원이 나왔다.


길을 잃으면 의외로 좋은 구경거리를 만날 때가 있다. 졸지에 스님들 학교와 숙소를 구경했다.



새벽사원.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가까이서 본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강 건너는 배를 타는 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한 배에 타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배를 탈 수 있었다.






점심 먹고 올드 시암이라는 쇼핑몰에 갔다가 시장도 구경하고 카페에 가서 쉬었다.




여기 커피는 완전 곱빼기다. 남편이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카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데, 여행 나오니 이런 것도 해 본다. 베트남에서 마셔 본 연유 커피가 맛있었다고 커피도 제법 즐기게 되었다.


호텔 바로 앞까지 오는 버스가 있어서 편리하긴 한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 방콕에 버스노선은 많은데 길이 너무 막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가 퇴근시간이어서 버스가 늦게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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