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뒷문으로 나가면 좁은 골목에 아침 일찍부터 아침밥을 사가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밥과 반찬, 국을 파는 집도 있고, 닭을 튀기는 할머니도 있고, 라이스페이퍼에 속을 채워 돌돌 만 음식도 있고, 무언가를 바나나 껍질에 싸서 찐 음식도 있다. 호텔 주인 말로는 20밧짜리 국수도 있단다.
골목에서 사가지고 온 우리의 아침식사.
새로 옮긴 호텔이 시내에서 보면 강 건너라서 새벽사원 왓 아룬 까지 걸어서 가 보기로 한다. 우리는 1시간 이내 거리이면 보통 걸어 다닌다. 짧은 여행이면 시간을 아껴 효율적으로 동선을 짜서 다녀야 하겠지만 , 우리는 꼭 봐야 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니면서 만나는 풍경들을 보는 게 좋다. 남편은 오래전에 방콕에 왔을 때 새벽사원을 봤다는데, 내가 왔을 땐 보수공사 중이어서 못 봤다. 이번에 방콕에서 우리가 보려고 계획한 관광지는 새벽사원과 짜뚜짝 시장 두 곳이다.
구글맵으로 새벽사원 가는 길을 검색해 놓았는데, 골목으로 들어가려니까 남편이 동네 파악도 할 겸 큰길로 가자고 해서 좀 돌아서 가게 되었다. 지도를 보며 가다가 중간에 착각을 해서 새벽사원이 아닌 다른 사원으로 가게 되었다. 사원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도 받지 않고, 관광객도 별로 없고, 남편이 아무리 오래전에 와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렇게 생긴 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굉장히 큰 불상이 모셔져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강이 나왔다.
강 아래쪽으로 멀리 새벽사원이 보인다.
다시 구글맵을 켜 보니 내가 이름을 착각해서 다른 사원에 와 있다. 새벽사원은 다시 큰길로 나가서 좀 더 가야 한다. 구글 지도로 보면 강가의 바로 옆 위치지만, 강의 좁은 지류를 건너는 길이 없어서 삥 돌아야 한다. 돌아나가기 힘들어서 혹시나 하고 근처 집에서 물을 뿌리고 있던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바로 옆으로 가라고 큰길과 반대방향을 알려준다. 가르쳐 준대로 가다 보니까 황량하고 길이 없어서 쭈뼛거리고 있었더니, 아까 길 물어볼 때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안 가고 지켜 서 있다가, 왼쪽으로 가라고 소리쳐서 방향을 가리켜준다. 길도 아닌 오솔길 같은 곳으로 가니까 수문 같은 게 있는데 그 위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이 있고, 마침 그쪽에서 오는 사람이 하나 있다. 용기를 내어 올라가니까 동그란 원형계단을 또 올라가서 작은 쪽문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구글 지도에는 안 나오는 동네 사람들 다니는 길이다. 역시 발달된 디지털 사회지만 인간이 더 우위인 게 확실하다.
쪽문을 나가니 승려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는 곳 인가보다. 텐트를 숙소로 쓰는지 텐트가 죽 늘어서 있는데, 한쪽에선 칠판을 놓고 공부하고 있다.
거기서 밖으로 나가서 한참을 더 가서야 새벽사원이 나왔다.
길을 잃으면 의외로 좋은 구경거리를 만날 때가 있다. 졸지에 스님들 학교와 숙소를 구경했다.
새벽사원.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가까이서 본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게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강 건너는 배를 타는 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한 배에 타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배를 탈 수 있었다.
점심 먹고 올드 시암이라는 쇼핑몰에 갔다가 시장도 구경하고 카페에 가서 쉬었다.
여기 커피는 완전 곱빼기다. 남편이 커피를 즐기지 않아서 카페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데, 여행 나오니 이런 것도 해 본다. 베트남에서 마셔 본 연유 커피가 맛있었다고 커피도 제법 즐기게 되었다.
호텔 바로 앞까지 오는 버스가 있어서 편리하긴 한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 방콕에 버스노선은 많은데 길이 너무 막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때가 퇴근시간이어서 버스가 늦게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