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집을 나서서 첫날 맛있게 먹었던 도넛을 먹으러 갔다. 이 집은 현금만 받으니 , 또 그 옆 고급 백화점 ATM에서 딸랑 500 루블- 1만 원 을 찾아가지고 나왔다. 지금부턴 현금이 많이 남지 않게 신경 써서 찾아야 한다. 문 앞에서 남자 직원이 정중히 문까지 열어 주는데 너무 미안해서, 뭐라도 살 것처럼 여기저기 구경하다 나왔다.
저번에 따끈하게 맛있게 잘 먹었는데, 오늘은 주문하다가 도넛을 한꺼번에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걸 보고 신뢰가 확 떨어졌다. 더구나 우리한테 준 도넛은 다 식어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좀 느끼하게 느껴졌다. 어디든 아무리 맛있어도 두 번 가면 실망하게 된다.
일종의 머피의 법칙이랄까?
성 니콜라스 성당과 성 이삭 성당을 보러 갔다. 좀 많이 걸어서 성 니콜라스 성당에 도착했는데 입구를 잘 못 찾아서 뒤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지가 한 사람 앉아 있다. 적극적으로 구걸을 해서 좀 무섭다.
성당은 하늘색으로 예쁘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하늘색 성당이 특이하다고 해서 어렵게 물어물어 찾아가서 봤었는데 여긴 이런 색 성당이 여럿 보인다.
성당 가는 길 . 운하가 예쁘다.
운하 끝에 그제 갔던 피의 구원 사원이 보인다.
나오는 길에 구걸하고 있는 할머니가 여럿 진을 치고 앉아 있다. 시내에서 거지는 별로 못 보았는데 여기는 많다. 한 할머니가 뭐라 뭐라 하는데 그냥 지나치니 또 뭐라고 한다. 남편 말이 욕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어차피 못 알아듣는데도 욕이라는 게 느껴지는 걸 보면 욕은 만국 공통 인가보다.
다시 성 이사악 성당으로 가다가 동네 빵집에서 점심으로 먹을 고기 파이와 야채 파이를 샀는데,
두 개에 99 루블- 2천 원이다.
한참 걸어와서 나중에 먹었는데 닭고기 파이가 아주 맛있다. 진작에 맛을 봤으면 하나 더 사는 건데 정말 아쉽다. 멀어서 다시 갈 수도 없고, 가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 이사악 성당은 명성대로 위용이 대단하다.
여기 오니 관광버스도 많고 관광객도 많이 보인다.
단체 관광객은 에르미따쥬 박물관과 여기에 다 몰려 있다.
오늘은 계속 맑은 날씨라 도시 전체가 더 아름답게 보인다.
위의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점심 먹으려고 성당 앞 공원에 들어가는 순간 빗방울이 시작되더니 순식간에 스콜같이 쏟아진다. 여기 비는 피할 새가 없이 쏟아지는 게 특징이다. 우산을 쓰고도 빗줄기가 너무 거세어서 나무 밑으로 피했다.
비가 뜸해져서 성당 입구로 옮겼는데, 해는 나면서 여전히 비가 온다.
성당을 한 바퀴 돌아 사람들이 몰려 가는 강변 쪽 공원으로 가니 동상이 있다.
저녁거리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러, 오늘은 요리해 놓은 반찬을 골랐다. 꼬치구이와 닭날개구이를 조금씩 고르고, 남편이 감자구이도 사자는 걸 알뜰한 척 감자를 사서 남은 양파와 볶아 먹자고 하고 감자를 골랐다. 여기 감자는 계란만 한 크기여서 세 알을 골라 무게를 재서 붙였다. 저울에 그림으로 표시가 있어서 감자 그림을 선택하면 가격이 인쇄되어 나온다. 평소에 인쇄된 가격을 확인하는 편인데, 감자 세 알이 얼마나 되겠어하는 생각에 확인을 안 했다. 여기 물가가 워낙 싸서 방심한 것 같다.
계산대에서 카드로 결제하는데 금액이 너무 많이 나왔다. 영수증을 보니 글씨는 깨알 같은 데다가 들여다봐야 까막눈이다.
제일 큰 금액을 찾아 계산원에게 뭐냐고 물으니 바로 건너에 있는 서비스 카운터로 가라고 한다. 가서 산 물건을 다 보여 주고 얘기하니 범인은 감자였다. 어찌 된 일인지 조그만 감자 세 알에 2200 루블이 넘는 금액이 찍혀 있다. 기계도 실수를 하는 모양이다. 카드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4.2 루블을 결제했다. 80원짜리 감자를 44,000원을 주고 먹을 번했다.
그런데 카드결제는 바로 문자가 오는데 취소 문자가 안 온다.
제대로 취소가 된 건지 영수증을 하나 주는데 읽을 수는 없고, 데이터를 켜서 구글 번역을 해 보았는데 잘 안된다.
계산된 영수증과 비교해 보니 다른 단어가 하나 있다. 남편이 단어 입력해서 찾으니 비슷한 단어가 취소라는 뜻이란다. 맞겠지 하고 나왔다. 안 맞아도 그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취소가 안 되었다면 그냥 금 감자 먹었구나 생각하는 게 정신 위생상 좋겠다.
집에 와서 천천히 찾아보니 아까 그 단어가 cancel 이란 뜻이 맞다.
사 가지고 온 반찬들은 생각보다 양념 맛이 괜찮다. 밖에 나오니 또 비가 오고 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해가 나니 무지개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