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원 Jul 13. 2017

매일의 아침

우리 아침마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이래야겠니.


회사를 다닐 때는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재택근무를 했기에 몰랐었는데, 우리집 뚱땡이에게 못된 습관이 있었다. 내가 나가려고하면 나보다 먼저 잽싸게 뛰쳐나가 엘레베이터 앞에 턱 버티고 앉아있는 거다. 이 표독한 눈빛을 어쩔거야. 매일 아침 작은 배웅을 받으며 집을 떠난다. 뚱이는 엘레베이터 한 번 올라타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언제 그렇게 표독한 눈으로 쳐다봤었냐는듯 아무런 미련도 없이. 엘레베이터 바닥에 엉덩이 착 깔아보는 것이 뭐가 그리도 중요한 일인지.


우리 층 엘레베이터는, 우리집을 포함해 총 세 가구가 입구를 공유한다. 우리 층은 앞 집도 옆 집도 한 마리씩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 우리 뚱이가 우리 가족이 될 때까지 어느 집도 강아지를 기르지 않고 있었는데, 앞 집 문이 잠깐, 옆 집 문이 잠깐 열린 사이 뚱이가 잽싸게 무단가택침입을 한 이후로 한 집씩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이 투실투실한 발로 벌써 무단가택침입 전과 4범 되시겠다. 며칠 전 아침에도 앞 집 문이 살짝 열린 틈을 타 한 번 들어가셨는데, "어머, 얘 또 들어왔어!" 하는 앞 집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적의가 하나도 안 느껴지는 것을 보니, 그토록 짖어도, 그렇게 사고를 쳐도 이 녀석 이웃에게 퍽 사랑 받고 있구나, 싶다. 이웃집 멍멍이들은 이 녀석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