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침마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이래야겠니.
회사를 다닐 때는 거의 대부분의 날들을 재택근무를 했기에 몰랐었는데, 우리집 뚱땡이에게 못된 습관이 있었다. 내가 나가려고하면 나보다 먼저 잽싸게 뛰쳐나가 엘레베이터 앞에 턱 버티고 앉아있는 거다. 이 표독한 눈빛을 어쩔거야. 매일 아침 작은 배웅을 받으며 집을 떠난다. 뚱이는 엘레베이터 한 번 올라타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언제 그렇게 표독한 눈으로 쳐다봤었냐는듯 아무런 미련도 없이. 엘레베이터 바닥에 엉덩이 착 깔아보는 것이 뭐가 그리도 중요한 일인지.
우리 층 엘레베이터는, 우리집을 포함해 총 세 가구가 입구를 공유한다. 우리 층은 앞 집도 옆 집도 한 마리씩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 우리 뚱이가 우리 가족이 될 때까지 어느 집도 강아지를 기르지 않고 있었는데, 앞 집 문이 잠깐, 옆 집 문이 잠깐 열린 사이 뚱이가 잽싸게 무단가택침입을 한 이후로 한 집씩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이 투실투실한 발로 벌써 무단가택침입 전과 4범 되시겠다. 며칠 전 아침에도 앞 집 문이 살짝 열린 틈을 타 한 번 들어가셨는데, "어머, 얘 또 들어왔어!" 하는 앞 집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적의가 하나도 안 느껴지는 것을 보니, 그토록 짖어도, 그렇게 사고를 쳐도 이 녀석 이웃에게 퍽 사랑 받고 있구나, 싶다. 이웃집 멍멍이들은 이 녀석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