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아남기:눈앞에서 벌어진 차 사고

간발의 차이로 살아남다

by 열닷새

1년 동안 LA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참 많이 했는데 내년이면 곧 10년이 지나게 되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는 에피소드는 '위험했던 상황'이다. 말로만 듣고 영화에서만 보던 일들을 직접 겪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워낙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살아남자'가 목표였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차가 하늘을 날다


미국에서 가장 처음 겪었던 놀랍고도 위험했던 상황은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졌다. 사실 내가 위험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주말에 당시 함께 일했던 차장님 그리고 남편 분과 함께 샌디에이고로 놀러 가던 참이었다.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가 났고 내 두 눈을 의심하며 혹시 지금 영화 촬영 중인 건가 고민했다.


분명히 고속도로 중앙분리대가 꽤 높아 반대 차선, 차량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였는데 눈앞에 갑자기 공중을 나는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려고 애를 쓰는데 그 붕 떠버린 차는 어느새 바닥에 처박혔다. 마치 뒤집어진 벌레처럼 바닥을 드러내고 누운 상태로 충격에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었고 살면서 그렇게 큰 사고를 목격한 것이 처음이었다. 차장님과 남편분은 생각 외로 매우 담담하셨는데 혼자 안절부절못하며 911에 전화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전화를 했어도 스피킹 이슈로 위치나 제대로 말했을지 미지수지만...




사고 차량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고속도로 사고 일을 목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내 목숨까지 위험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회사에서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횡단보도가 없는 사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사거리였고 횡단보도를 가려면 일부러 돌아갔다 다시 와야 하는 다소 귀찮은 조건이었기에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전형적인 미국의 골목으로 신호 없이 서로 눈치싸움으로 누가 먼저인지 파악 후 지나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나와 마주 보고 있던 차가 직진하려고 슬금슬금 나왔다. 나도 인도에서 도로로 막 건너기 시작한 찰나로 양옆을 살펴보니 내 왼편에서 차 한 대가 꽤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어 가던 길을 잠시 멈췄었다. 그런데도 직진하려고 나오는 차를 보면서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로서 '좀 살펴보고 나와야 할 텐데'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서로 조심하고 속도를 줄이겠지' 싶어서 다시 길을 건너는데 왼편에서 오던 그 차가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달려왔고 '어?' 하는 순간 큰 소리가 났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그 차가 직진하던 차량의 옆구리를 그대로 받아버렸고 어마어마한 마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직진 차량은 충격에 멀리 밀려났는데 그곳에 마침 그 도로의 3분의 2를 건너고 있던 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찰나가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드라마 연출이 전부 거짓은 아닌 듯하다.


다행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그 차량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던 덕분에 몸을 잽싸게 피해 그 차를 피할 수 있었고 정말 간발의 차로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후다닥 인도로 건너갔는데 뒤를 돌아보니 직진 차량의 파손 정도가 매우 심했고 에어백이 터져 있었으며 운전자는 내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가끔 그날 내가 조금만 느리게 반응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곤 한다. 1년 동안 처음으로 병원 진료를 보고 엄마가 들어주신 여행자 보험을 썼으려나(참 철이 없다). 인턴 생활이 엉망이 되어 아마 중도 포기하고 귀국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운이 좋게도 아무 일이 없었고 처음 겪어보는 위험한 상황에 방어운전 및 안전운전의 필요성과 함께 너무나 당연하지만 다시는 무단횡단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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