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누군가를 잊는 건 왜 이리도 어려울까.”
“아직도 그 애가 생각나?”
“낮엔 생각할 겨를도 없는데 밤이 되면 그렇게 생각 나. 한 번은 너무 끊이지 않고 생각나니까 내가 일부러 걔를 떠올리고 있는 건가? 싶으면서 나한테 화가 났어.”
“밤에 잠을 잘 못 자겠다 그럼.”
“뒤척이다 겨우 자."
“중학교 때 단짝 친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어. 나도 매일 밤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울었어. 그 어떤 이별도 남겨진 자에게 미련을 떨칠 시간을 주진 않으니까. 머리로는 일상생활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알지만 진짜 밤이 힘들더라.”
“응. 그래서 밤이 오는 게 무서워. 언제쯤 안 이럴 수 있을까.”
“자려고 누웠는데 더 이상 그 사람 생각이 안나는 거. 그게 그 사람을 잊었단 증거야. 그러니까, 아직 추억들이 생각나거나 그 사람을 그리게 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니까 억지로 억압하진 마. 아마 넌 그 사람을 잊었단 사실도 모르게 그 사람을 잊을 거야. 시간이 도와줄 거야.”
누군가 나에게, 그 사람을 위해서 더 이상 기도하지 않게 될 때가 진정 그 사람을 잊은 거라고 말해주었다. 더 이상 나의 밤은 괴롭지 않다. 그 사람의 숨결과 웃음소리, 어떤 상황에서 했던 대화들이 나의 밤을 붙잡지 않는다.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다. 울기도 하고, 아직 지우지 못했던 그 사람의 흔적들을 탐험하는 밤을 무수히 보냈다. 그렇게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잊어갔다.
모두에게 시련을 넘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시점이 반드시 온다.
그러니 아직 꺼이꺼이 울거나 푹 꺼지는 한숨의 밤을 보내는 그대들이여, 시간이 해결해줌을 믿길.
아!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들어보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냐, 더 북받쳐 오를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이건 불확실한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