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보편적 가치관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세상은 그렇게 얘기하잖아. 갈 수 있을 때 많은 여행을 가라. 결혼하기 전에 연애 많이 해봐야 한다. 자기계발을 해라. 경험을 쌓아라. 그래서 내가 시간만 나면 여행 다니려고 하고, 담배 피우는 거 빼고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보면서 살았거든. 근데 연애는 너무 어려운 거야. 다른 건 다 혼자 할 수 있는데 연애는 둘이 해야 하니까.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우리 인생 주제 나왔네. 연애. 사랑.”
“응. 나 맨날 괴로워했잖아. 연애가 너무 어려워서. 세상은 마치, 연애를 많이 해보지 않으면 별로인 남자를 만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할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거 같고. 나는 많은 연애를 해봐야지만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던 거 같아. 여태까지 어리석게.”
“사실 그런 얘긴 너무나 보편적인 건데. 한큐에 베필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얼마나 많아.”
“맞아. 근데 그런 건 안 보였나 봐. 막상 연애가 잘 안되니까, 나 특유의 철벽 치는 게 자꾸 나오니까 인생이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연애가 서툰 내가 점점 불안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누굴 좋아하기가 더 힘들고. 근데 오늘 아침에 머리 감다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많은 연애를 해보지 않더라도 좋은 베필을 만나는 사람들이 있듯이 나도 그럴 수 있겠다. 나도 연애에 서툴러도 좋은 사람은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론 연애 많이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도 좋겠지. 근데 결국 진심이잖아 사랑은. 내가 진심으로 여행을 다니고 친구를 사귀듯이, 사랑을 하게 되는 그 날에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그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되게 편해지는 거 있지.”
“감사한 아침이다. 세상이 주는 가치관에 휩쓸리지 말고, 너의 흐름을 찾아서 다행이야. 많은 사람을 만나 보고 나서 행복한 결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단 한명만 만나봐도 행복한 결혼 할 수 있을 거야 너. 많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연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봐. 억지로 하진 말고.”
"그럴게. 고마워. 이제 주문하자. 뭐 마실래?"
"나 카푸치노 마실래."
"따뜻한 거 맞지? 난 라떼 마셔야겠다. 내가 주문하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