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찾아야 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 거 같다
“난 겨울이 정말 싫어. 여태까지 쌓아온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야. 그리고 겨울 자체가 소멸의 계절이기도 하잖아. 꽃도 이파리도 시들고 동물들도 겨울잠을 자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전부 웅크리고 있어. 나도 퇴근하고 나면 뭐 할 겨를도 없이 집으로 와서 씻고 칼같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니까.”
“아이. 그래도 겨울은 새 해를 준비하는 좋은 시기잖아. 겨울에만 맡을 수 있는 냄새도 있고. 난 겨울이 너무 좋은데?”
“뭐? 추운 것도 싫지만 그, 한 해가 저물고 결산하는 느낌. 궁극적으로는 그게 별로야. 나는 제발 겨울이 좋은 이유를 찾고 싶다.”
“붕어빵. 호떡. 군고구마. 이런 길거리 음식들이 있잖아!”
“이유를 찾아야 이 겨울을 행복하게 날 수가 있을 거 같은데.”
“뜨뜻한 이불 안은 어때? 그거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건데.”
“겨울이 없으면 이불도 필요 없을 거 아니야!”
“깨갱. 코트는? 부츠는? 진짜 멋쟁이는 겨울에 탄생한다는데~”
“난 티셔츠가 좋아. 반팔 티셔츠.”
“겨울 바다는? 너 바다 좋아하잖아. 겨울 바다는 깊고 푸른걸.”
“난 수영하는 게 좋아서 바다가 좋은 거란다.”
“캐럴! 크리스마스! 그런 겨울 이벤트!”
“으. 수족냉증 있는 사람에게 겨울은 최악이야.”
“겨울에 내 생일도 있어…”
“아 춥다.”
“겨울은 오혁이 리메이크한 곡 소녀도 있고…”
“에이. 못 찾겠다. 정말 겨울이 좋은 이유를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