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인데.
“그러니까, 이런 거지. 가정을 하나 할게.
시간은 저녁 열한 시야. 너는 방금 지하철 역에서 내렸어. 집까지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거나, 걸어가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돼.
때는 겨울이고, 비가 불쾌할 정도로 많이 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내리지도 않아. 딱 적당히 운치 있다고 느껴질 정도? 너는 우산이 있지만 하필 컨버스를 신었네? 잠시 망설이겠지. 컨버스를 신으면 백 프로 신발이 축축 해질 테니까. 마을버스를 탈까, 걸어갈까.
그때 너의 선택에 힘을 실어줄 노래가 이어폰을 통해서 나와. 그 노래는 오늘 본 영화의 ost인데 너는 그 영화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 오래간만에 결말까지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난 거지. 조금 더 여운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 강해지는 순간이야. 확실하진 않지만 걸으면 어떤 영감이 나올 거 같기도 하고. 그러나 늦은 시간과 운동화가 젖을까 봐 걱정이 되어 주춤하기도 해. 어찌 됐던 운동화가 젖고 양말까지 젖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이럴 때 넌 어떤 선택을 하겠어? 안전하게 마을버스를 타고 가서 뽀송한 발을 뉘이겠어, 아님 신발도 젖고 양말까지 젖을 수 있지만 걸으면서 그 기분을 좀 더 오래 간직하겠어?
왜 물어보냐고? 심리테스트냐고? 정답이 있는 질문이냐고? 아니. 정답은 없고, 심리테스트도 아니야.
사실 어떤 선택도 정답은 없지. 근데 인생이 좀 그렇잖아.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잖아. 그냥 나는 크고 작은 선택들 가운데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어.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이더라도. 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너를 만들고, 난 네가 하는 작은 선택의 연속을 보며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래서 물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