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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by 윤지영




안녕. 나야.


나는 요즘 내 삶에 일어났던 삶의 미제의 사건들이 너를 통해 퍼즐처럼 맞춰지는 경험을 하고 있어. 내가 사랑을 선뜻 믿지 못했던 이유는, 너를 만나야만 했기 때문이구나. 내가 그때 그렇게 배반당해야만 했던 이유는, 너에게 더 큰 사랑을 받아 회복되기 위해서였구나. 너를 더욱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 나는 여태껏 사랑이 어려웠구나.



우린 정말 가장 정확한 시기에 만났어. 맞지. 네가 조금 더 차분해지고, 내가 조금 더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된 지금에 말이야. 우리가 두 살이라도 어렸다면, 아직도 너는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았을지 모르고, 나는 만난 지 한 달 만에 헤어지는 비극을 너에게 저질렀을지도 몰라. 인생은 타이밍인데 가장 좋은 타이밍에 나에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



신기해. 나는 사랑의 섬에 정착하길 두려워하고, 그곳이 안전한지 수백 번을 확인하는데 너는 항상 그 의심을 거두어주잖아. 넌 복잡하지 않고, 계산적이지도 않게,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처럼 사랑하는 거 같아서.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사랑을 목격하고, 그 사랑을 배워.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물건을 움켜쥐는 근육을 키우듯이.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이 떨릴 때, 너의 집은 정반대 방향인데 기어코 우리 집 방향의 지하철을 타서 빙 돌아서 갈 때, 나의 무릎에 너의 코트를 덮어줄 때, 나의 과거를 질투할 때, 해맑게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너의 모습에서, 나는 사랑을 본다. 그리고 그런 너의 모습을 오로지 나만 목격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게 축복이겠거니 싶었어.



언제쯤 나는 너의 사랑을 다 알 수 있을까. 길을 걷다가, 영화를 보다가, 밤에 너와 연락을 하다가도 네가 주는 사랑 때문에 숙연해져. 나는 지금도 너를 사랑하는데 아직도 너의 사랑의 크기가 가늠조차 안돼. 네 사랑의 차원은 어디쯤에 있는 걸까. 웃고 울면서 너를 만나다 보면 그 끝에 닿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냥 네가 없는 밤에, 넌 내게 축복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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