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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튼 Dec 23. 2024

나에게 질문하다

커피, 소나무, 바다


며칠 동안 출퇴근을 하며,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열심히 회사에서 번 돈으로 나는 대부분 어디에 소비를 하는가?


"술을 마신다.

친구들을 만난다,

옷을 산다,

여행을 좋아한다."


그중 마이나스 통장까지 뚫어서 다녀온 여행의 카테고리들을 떠올렸다.

지역과 나라, 함께 동행한 사람들 모두 달랐지만 "여행"이라는 공통점만은 분명했다.


유복하지 않은 가정 환경 탓에 돈이 없어 학생 신분에선 감히 펼치지 못했던 여행이었다.

그 동안 참아 온 역마살을 살풀이라도 허공에 해대듯이 나는 그렇게 인천과 김포 공항과 국도와 고속도로들을 오다녔다.

그때마다 숙소를 고르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꼈고, 유스호스텔보다는 한인민박을 묵으면서 돈도 아끼고 호스트분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 슬쩍 말을 건네기도 했었다.


 '그래 나는 언젠 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되고 싶다고 끊임없이 꿈을 꾸고 있었다!'

근데 또 막막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아무나 하나.


나는 부동산도 갖고 있는 게 없고, 게스트하우스의 아르바이트생의 경험조차 없는 나였다.


그렇지만, 무작정 시작하는 것만으론 무서울 것이 없었다.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커피, 소나무, 새파란 바다.

강원도가 뇌리를 스쳤다.

제주도만큼 꽂혀서 한 달에 3번의 주말마다 강릉/양양을 거닐었던 때도 있었다.

수도권촌놈에겐 트래킹을 해도, 등산을 해도 바다뷰를 끼고 있는 도시는 육지위의 제주도로 느껴졌다.

커피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지역이 강릉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땡볕을 싫어하는 나는 소나무그늘이 있는 푸른 동해바다가 좋았다. 소나무가 얼마나 유명하면 바닷가 이름도 "송정해변"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졌을까.

아 심장이 아주 살짝 뜨겁게 쿵쾅거렸다.


그 순간,

파트장님이 나를 찾았다.

"김 과장, 분석미팅 시간이야. 회의실로 들어와."

와장창, 꿈에서 깨어났다.

나는 사무실에 있다.

나는 회사원이다.

결정적으로 난 퇴사를 하기엔 너무 겁쟁이이다.

좋다 말았다. 그래.  정신 차려야지.


"네 파트장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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