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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May 12. 2023

[노파의 글쓰기] 술담배 끊게 된 경위서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요즘 왜 이렇게 좋은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어제부터 계속 생각했습니다. 요즘 계속 참 좋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물론 저는 타고난 불안감이 많은 사람이라 조만간 무슨 이유로든 또 쿵쾅대는 가슴과 씨름을 하고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매우 평안합니다. 그게 참 신기합니다.


사실 2년 전만 해도 저는 알콜 중독자처럼 술을 마셨고 하루에 한 개비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것들을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달리 금연, 금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저 욕구가 사라졌습니다. 특히 술은 못 끊을 줄 알았는데 안 마신지 벌써 1년 가까이 돼 갑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안하고 살아서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일주일에 한 번씩 강의를 나가고 나머지 날들은 책을 씁니다. 아마 이런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들려주는 것이 좋고, 제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책으로 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이 일들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두 시간 강의를 준비하게 위해서는 사나흘은 예사로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 하고, 특히 책은.. 마감일만 생각하면 그저 숨이 턱턱 막힙니다. 엊그제까지 고작 챕터 하나를 써내야 했을 뿐인데, 누가 목에 피아노줄이라도 감아 놓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껴서 황금 연휴였다는데도 저는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6시에 일어나서 8시간 원고를 쓰고 8시간 괴로워하고 10시에 자는 일상이, 토요일 일요일 할 것 없이 늘 같은 모습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일들은, 제게 생계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강의는 5월 한 달만 하는 것이고, 책은 쓴다고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완성된 책이 좀 팔려야 고작 인세 몇 푼이 손에 쥐어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가난합니다.



그런데도 요즘 무척 편안하고 좋습니다. 어제는 마트에서 토마토 한 상자를 3500원에 득템해서 좋았고, 표고버섯과 리코타 치즈를 할인해줘서서 좋았습니다.


또 엊그제는 주문한 커피를 받았는데, 원두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요 며칠 극강의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봉지에 겨우 8천 원을 지불했을 뿐입니다.


사실 행복에는 큰 돈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8천 원의 행복.단, 커피 머신은 알콜중독자로 일할 때 구비하였음.


물론 30년 동안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고, 강의고 책이고 다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그때를 대비해 심어놓은 고구마가 잘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파프리카도 열릴 예정입니다. 쿠팡 좀 뛰면서 그럭저럭 비비며 먹고 살면 될 일입니다.


비비며라고 썼더니 비빔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점심에는 고구마잎과 바질 잎을 따서 비빔면을 해먹어야겠습니다.



뭐.. 자본주의적 욕망을 내려놓고 다 같이 가난한 현자가 되어 살자꾸나,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글을 쓴 것은 아니고, 그저 오늘만큼은, 걱정과 불안 없이, 평안한 하루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의 평안함을 조금 나눠드렸습니다:)




대신 여러분은 제게 외롭지 않은 마음을 나눠주셔야겠습니다 (ツ)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09871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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