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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Sep 12. 2023

천재는 똥도 천재적으로 쌉니까?

[노파의 글쓰기]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오늘은 서평입니다.


�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마거릿 애트우드는 <시녀이야기>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국보급 작가입니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올라오는 분이기도 합니다. 60년 이상 글을 쓴 노장이니, 글쓰기에 대해서라면 팔만대장경만큼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본인도 그럴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처음의 거창하지만 흐리터분한 비전은 기세를 잃고 흩어지며 백지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고작 10년 정도 글을 쓴 제가 글쓰기 책을 쓰고 영혼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지금부터 이 거장이 글쓰기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옥같은 말이 많아, 총 3회에 걸쳐 말씀드리겠습니다.

1회는 서론부터 2장까지입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분주해 보이고 싶은 소망에 지나지 않았던 건가?” 그는 골똘히 생각한다. “그저 반복해서 덜거덕거리는 타자기 소리만으로도 진정시킬 수 있는, 침묵과 권태에 대한 두려움에 불과했던 건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발췌한 내용인데, 아주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가 침묵과 권태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글을 쓴다면, 저는 불안을 잊기 위해 씁니다.


"작가는 사람들이 변호사나 치과의사가 되겠다고 선택하는 것처럼 내가 택한 일도, 내가 택할 법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1956년, 축구장을 가로질러 하교하던 중에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된 거였어요. 머릿속으로 시를 쓴 뒤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그때부터 오로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 너무 강렬한 경험 이었어요."

마거릿 애트우드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한 얘긴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한 번도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작가만은 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서른까지만 해도, 제발 작가 같은 건 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책 위에 적힌 이름입니다. 나는 그와는 다른 사람이고요. 모든 작가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간할 때가 되면 책을 썼던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이 되고 없지요.

이 내용이 마거릿 애트우드가 2장까지 말하는 핵심 내용입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쓰는 사람으로서 작가와 실제 삶을 살아가는 작가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나와 생활인으로서의 나는 그저 다른 면을 보여주는 한 명의 나일 뿐입니다.


방금 싸이코패스가 연인을 죽이는 장면을 실감 나게 쓰다가도, 옆에서 고양이가 앵앵거리면 따뜻하게 토닥여줄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면서도 어린이들의 손발을 자르는 덴마크 귀족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늘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도 머릿속으로는 가끔 잔인한 상상을 합니다. 다정한 것도 나고, 잔인한 것도 납니다. 글을 쓰는 작가와 실제 삶을 살아가는 작가는 여러 면을 지닌 한 사람일 뿐입니다.


✔️

다만, 이런 글을 쓰는 작가이니 실제 삶의 모습도 이러할 것이다, 라고 고정된 이미지를 갖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지적하는 것도 아마 이 지점일 겁니다.


글을 쓸 때나 똥을 쌀 때나 같은 모습인 사람은 없습니다. 천재적인 글을 쓴다고 똥도 천재적으로 싸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원으로서의 내 모습과 엄마아빠로서의 내 모습이 다른 것처럼, 글을 쓸 때의 작가와 생활할 때의 작가는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가진 복잡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이 점을 인정한다면, 마거릿 애트우드도 그놈도 작가고 이놈도 작가다, 라고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나가서 오리와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오리는 걸을 수도 있고, 헤엄도 치고, 날기까지 하는, 지구 최강의 생명체 같습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205368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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