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차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파의 글쓰기] 내 인생 최고의 실패-동아신춘문예 탈락에 부쳐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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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동아일보에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올해도 나의 <개구리>는 떨어졌나 봅니다.


이번엔 어떤 인간이 내 상을 채갔나,하고 새해 벽두부터 동아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자리에서 숨이 멎고 말았습니다.


제 개구리가! 나의 분신, 나의 영혼, 나의 예술, 나의 개구리가!! 심사평 안에 그 징그러운 존재를 찬연히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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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나 놀라서, 혹시 <개구리>라는 소설이 또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했으나 이내 확신하고 말았습니다.

"직설적이고 거친 내레이션..."

이 것은 제 개구리가 분명합니다.


크으으으.. 녀석!! 드디어 해냈구나!!

분명 실패 소식임에도 저는 너무나 기뻐 울고 말았고, 동네방네 이 실패를 자랑했습니다.


여러분!!!

이것을 좀 보십셔!!

제 개구리가 드디어 실패자 명단에 올라왔다 이 말입니다!!

쓰인 순서로 보아하니 차석입니다, 차석! 아하하하하하!


이로써 저는 실패한 예술가 정도는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김에 어떻게 <개구리>를 쓰게 됐는지를 풀자면, 이 이야기는 2년 전 제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쓴 소설입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는데, 몸이 만신창이인데도 외과 의사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와서 자꾸 이상한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당시 사고를 수습한 119대원이 쓴 의무기록 때문이었습니다.


'30대 신원 미상의 여성, 삶을 비관해 스스로 차도에 뛰어듦’


저는 지금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제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저리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누구보다 제 자신을 가장 큰 충격에 빠트렸고, 그때부터 저는 예술가가 되는 것에 집착했습니다.


예술가여야만 제가 한 미친 행동이 이해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단순히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나약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예술가라서 미친 짓을 좀 한 것으로 되어야 제 자신에 대해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은 원래 조금씩 미쳐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년 개구리를 동아일보에 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실패가 제겐 정말 의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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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치지 않았어.

단지 예술가라 그랬던 거야.

그러니깐 그냥 살어, 미친 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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