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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Jan 08. 2024

동아신춘문예 차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파의 글쓰기] 내 인생 최고의 실패-동아신춘문예 탈락에 부쳐




연말에 동아일보에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올해도 나의 <개구리>는 떨어졌나 봅니다. 


이번엔 어떤 인간이 내 상을 채갔나,하고 새해 벽두부터 동아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자리에서 숨이 멎고 말았습니다. 


제 개구리가! 나의 분신, 나의 영혼, 나의 예술, 나의 개구리가!! 심사평 안에 그 징그러운 존재를 찬연히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너무나 놀라서, 혹시 <개구리>라는 소설이 또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했으나 이내 확신하고 말았습니다. 

"직설적이고 거친 내레이션..." 

이 것은 제 개구리가 분명합니다. 

 

크으으으.. 녀석!! 드디어 해냈구나!!

분명 실패 소식임에도 저는 너무나 기뻐 울고 말았고, 동네방네 이 실패를 자랑했습니다.  


여러분!!! 

이것을 좀 보십셔!!

제 개구리가 드디어 실패자 명단에 올라왔다 이 말입니다!!

쓰인 순서로 보아하니 차석입니다, 차석! 아하하하하하!


이로써 저는 실패한 예술가 정도는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된 김에 어떻게 <개구리>를 쓰게 됐는지를 풀자면, 이 이야기는 2년 전 제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쓴 소설입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는데, 몸이 만신창이인데도 외과 의사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와서 자꾸 이상한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당시 사고를 수습한 119대원이 쓴 의무기록 때문이었습니다. 

 

'30대 신원 미상의 여성, 삶을 비관해 스스로 차도에 뛰어듦’


저는 지금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제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저리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누구보다 제 자신을 가장 큰 충격에 빠트렸고, 그때부터 저는 예술가가 되는 것에 집착했습니다. 


예술가여야만 제가 한 미친 행동이 이해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단순히 자살 충동에 사로잡힌 나약한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예술가라서 미친 짓을 좀 한 것으로 되어야 제 자신에 대해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은 원래 조금씩 미쳐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년 개구리를 동아일보에 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실패가 제겐 정말 의미가 큽니다.


너는 미치지 않았어.

단지 예술가라 그랬던 거야. 

그러니깐 그냥 살어, 미친 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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