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최진영 작가의 북토크에 갔을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소설의 모든 주인공이, 다른 환경에 처한 자기 자신을 그린 거라고 했는데, 그래서 인물의 심지는 동일하다고 했는데,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단 한 사람>의 목화는 <그 소녀~>의 상황에 처해도, 남자를 찾아가 큰 칼로 배를 긋고 작은 칼로 얼굴을 찌르는, 그런 치밀한 광기를 결코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
소녀와 목화는 완전 다른 인물 아니냐..
그러자 작가님은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소녀와 원도를 쓸 때 자신은 젊었고, 세상의 부조리가 이해가 안 됐고, 그래서 그런 에너지를 감당할 힘이 있었는데, 지금 자신에겐 그런 힘이 없다고 했다.
작가로서 성장하고 완숙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나는 조금 슬펐다.
*
<이제야 언니에게>는 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글이다. 누군가에겐 사무치게 기다리던 이야기일 것이다. 읽는 내내 속상하고, 분노했고, 이해됐다.
그리고 이 글을 작가님이 서른 즈음에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먼저 함부로 떠드는 사람의 입이 지워질 것이다.
그런 다음 당숙의 몸에 난 모든 구멍으로 손을 밀어넣어 그의 행복의 회로를 죄다 끊어놓을 것이다.
그날 이후 그는 지나다니는 손만 봐도 덜덜 떨 것이고, 자신은 두 번 다시 행복해질 수 없는 존재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너도 즐긴 거 아니냐고, 네가 죽을힘으로 반항했다면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 것이다.
쓰다 보니 이건 서른의 최진영이 아니라 서른아홉의 내가 쓴 고어물 같다.
세상 모든 강간범들이 손의 처벌을 받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업보 받는 당숙의 이야기를 한 번 써봐야겠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578359148
#노파의글쓰기 #어느날글쓰기가쉬워졌다 #글쓰기 #글잘쓰는법 #노파 #김수지작가 #에세이 #문해력 #어휘력 #북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감성글 #최진영 #이제야언니에게 #강간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