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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해남 4일차. 드런놈이라는 오해와 진솔이

그리고 대파밭 고양이

by NOPA


해남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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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 옮긴 방(본관 침대방)의 단점을 찾기 위해 하룻동안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나 허사였다. 단점이 없는 방이었다.


사람이 한 번 좋은 걸 경험하면 그 밑으로는 못 가는 법이다. 등 지지는 맛이고 나발이고, 나는 침대도 없는 그 컨테이너 뷰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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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사이트를 들어가 봤더니 주말 빼곤 본관 침대방이 전부 비어있었다. 쾌재를 부르며 예약 가능한 날은 전부 이곳으로 바꿨다. 하루에 5천 원씩, 6만 원이 추가됐다. 웬만한 숙소의 하루 방값일 뿐이다.


그런데 사장님은 왜 방이 없다고 하셨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님은 나를 드런놈으로 오해했었다. 무료로 바꿔 달라는 얘긴 줄 알고 없다고 하셨던 거다.


내가 드런놈이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그 정도 드런놈이었으면 벤츠 타고 왔겄지요, 버스타고 왔자네, 양심 쪼까 있당께요.


사장님은 내가 머무는 내내 3층의 오션뷰 방을 쓸 수 있게 해주셨다. 주말까지 전부.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도 해주신다고 했다. 이래서 사람이 양심을 챙기고 살아야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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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송호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갯벌 느낌이 나는, 굉장히 독특한 해변이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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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밭에 똥이 나를 쳐다보길래 봤더니 검은 고양이였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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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전망이 좋은 카페가 있다고 추천해주시길래 “아 보물섬(횟집) 아들이 하는 데요?”라고 했더니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관찰력이 좋고 이 동네는 워낙 좁은 곳이라 이틀이면 친족 관계를 대충 꾄다.


그 전망 좋은 카페에 서울 여자 둘이 와서 소파 배치가 마음에 안 든다며 소파를 마음대로 옮기고, 음료가 싱겁다며 사장한테 핫초코 가루를 한 스푼 더 넣어달라고 했다.


그냥 쳐 먹어, 이 집은 원래 음료가 맛없는 집이라고!


뷰와 맛은 원래 동시에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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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물섬 횟집에 안 가고 옆집 땅끝 횟집에서 전복 물회를 먹었다. 며칠 안 먹었으니 다시 전복 순회.

다시 엄청나게 맛있어졌다.


이 집은 진솔이가 뼈가 부서져라 일하는 집이다. 회를 써는 일부터 서빙, 설거지까지 다 진솔이가 한다.


진솔이는 늘 바쁘기 때문에 내가 카드를 들고 서 있으면 바닥에 앉아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던 팔순 노모가 “진솔아!”하고 앙칼지게 부른다. 점점 데시벨을 올려가며 세 번, 네 번 부른다.


그러면 쉰이 훌쩍 넘은 아들 진솔이가 손에 물기를 닦으며 달려 나와, "맛있게 드셨어요?" 하면서 계산을 해준다.


땅끝마을에서는 보물섬과 진솔이네, 이 두 집이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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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중국산 오징어를 한 봉지 샀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서 어쩔 수 없었다.

진솔이네서도 먹고, 보물섬 아들네서도 먹으면서 내가 오갈 때마다 쳐다보는 앞집 할머니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중국산이라 종이컵에 끓는 물을 부어 데쳐 먹었다.

맛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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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부 4일차

숙소 55,000

라떼+고구마빵 9,000

물회 20,000

중국산 오징어 10,000


***

운동 4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108번

스쿼트 160번

걷기 170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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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858279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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