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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Oct 28. 2021

발등에 불 (1)

집 보여 드립니다. 줄을 서세요.


마음에 드는 집을 사는 게 먼저일까
아니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파는 게 먼저일까


주택이나 한옥으로 가겠노라 마음을 정하고 가장 먼저 든 고민은 이것이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만큼 정답이 없는 문제지만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그게 답이다.


집 매수자의 유형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일단 사는 형. 그리고 현재의 집을 팔고 나서 다음 집을 알아보는 형. 첫 번째 부류의 형들은 보통 자금 능력이 있는 형아들이 대부분인데 가끔씩 자금이 아닌 자제 능력이 부족한 형아들이 일을 저지르곤 한다. 우리 부부처럼 말이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고는 끓어오르는 열정을 자제하지 못한 우리 부부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동산에 앉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집을 덜커덕 샀으니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 뭘 하기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야지!


솔직히 고백하면 마음이 전혀 급하지 않았다. 애착이 가는 만큼 구석구석에 신경을 많이 쓴 집이니까. 집이 예뻐서 광고 촬영도 꽤 많이 했던 집이니까. 내놓기만 하면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리라 내심 자신했다. 줄을 서시오! 줄을 서시오! 떵떵 거리며 큰소리치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때마침 창 밖으로도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집을 팔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었고 우리 집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실제로 주말마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현관문 앞에 줄을 섰다. 두 팀, 세 팀.. 10분 단위로 집을 보여주었고 집주인의 어깨는 천장을 뚫을 기세로 솟구쳤다.  


그런데 팔팔 끓던 냄비에 갑자기 찬 물이 끼얹어졌다. 초여름이 지나 본격적인 한여름이 되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것.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대출 규제까지 더해져, 집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9월이 되면 팔리겠지..' 바벨탑처럼 하늘을 찌르던 나의 어깨는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친한 지인 중 한 명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넸다. "현관문에 가위를 걸어두면 집이 빨리 나간대.." 천주교 신자인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손사래를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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