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쫓는 모험
지금껏 살면서 모험을 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것을 경험해보는 것이 모험이라면, 나는 한두 번, 아니 그보다 조금은 더 많이 모험을 했던 것 같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던 시절(지금도 매한가지), 친구와 호주로 무작정 여행을 떠났던 것도 꽤 커다란 모험이었고, 배낭 하나 짊어지고 캐나다 동부로 홀로 여행을 간 것 역시 스무 살이 갓 넘은 시절의 내게는 모험이었다.
그 뒤로는 이보다 더한 것들, 이를테면 결혼, 출산, 퇴직, 사업 등등.. 다양한 모험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조금씩 조금씩 '모험'의 순수성을 잊어갔다. 20년 전의 배낭여행이 모험이자 설렘이었다면 지금의 모험은 그저 일상이고 생존일 뿐.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던 와중, 한 권의 책이 우리 부부에게 적잖은 자극을 주었다. 정성갑 저자의 '집을 쫓는 모험'. 현재의 삶 자체가 전투적인데 굳이 모험을 떠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집을 쫓아서? 비현실적인(그러나 누구나 꿈꾸는) 낭만적 이야기일 게 뻔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상상과 달리 별로 낭만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졌고, 그 누구도 들려주지 않던 현실세계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주택에 살아보면 어떨까 하던 막연한 궁금증도 속 시원히 해결되었다. '겁나 힘들겠구나. 고생길이 훤하겠구나. 웬만해선 시작도 하지 말아야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책을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책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부부가 11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저지른 가장 무모하고도 순수한 모험이 시작되었다는 것. (무식하고도) 용감했던 어린 시절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현재 내 가슴속에서도 들리고 있다. 쿵쾅쿵쾅. 오랜만의 설렘에 매일 밤이 소풍 전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