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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Dec 02. 2021

빨간 점 (1)

빨간 점을 조심하자


주택가 골목에서 빨간 점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눈썰미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심지어 계약한 주택 내부에 빨간 점이 찍혀 있는 것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그 점 때문에 집 공사 진행에 빨간 불이 들어오리라고는 정말이지 조금도 예상 못했다.


빨간 점은 토지의 소유자가 지적 측량이 필요할 경우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의뢰해 측량을 진행하고, 측량의 결과에 따라 토지의 경계점을 표시하는 점이다. 즉, 쉽게 말하면 내 땅인지 네 땅인지 경계를 알려주는 표시인 것이다. 따라서 주택을 계약할 때 집 안에 빨간 점이 찍혀 있다면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집을 계약한 시점에  주인 할머니로부터 빨간 점에 관한 이야기를 듣긴 했었다. 할머니의 뉘앙스는 이러했다. "여기 빨간  보이지? 여기부터 저그까지가 뭐 래더라 옆집 땅이랴. 근데  동네에 땅이 원래 그랴. 맞물리지 않은 집이 없으니까 그냥 알아만 . 우리도 알고 지낸 지   됐어. 그냥 알고만 있으면 돼야."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나는 할머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정말 '알고만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했고, 알고만 있는 체로 공사를 진행했다.


물론 옆집을 포함하여  주변 10 정도의 집에 공사가 들어가기  인사를 하러 다녔었다. 앞으로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한 박스와 종량제 봉투를 드리며 고마운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저녁 시간에 댁에 안 계신 분들도 꽤 많아, 3일에 걸쳐 찾아뵙고 인사드린 집도 있었다. (이 정도면 나름의 최선을 다했노라 합리화하는 중)


그렇게 철거를 시작했고 요란한 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진 지 며칠째 되던 날, 옆집에서 연락이 왔다. 빨간 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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