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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Dec 08. 2021

빨간 점 (2)

눈물의 지적측량


옆 집 사장님(존칭에 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에 의하면 희미해진 빨간 점은 2년 전, 옆 집에서 측량을 진행할 때 찍었던 점이라고 한다. 더 정확한 측량을 위해 이번에는 우리 집에서 측량을 진행하면 좋겠다고 해서, 우리 역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경계 측량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집도 계약했고, 리모델링을 위해 철거가 들어간 마당에 뭐 큰 일이야 있겠나 싶었다.


즉시 한국 국토 정보 공사에 전화를 걸어 지적측량을 신청했다. 지역마다, 측량의 경우에 따라 비용은 다르겠지만 우리의 경우 7-80만 원 선이었다. (여기에서 한 번 놀랐다.) 날짜와 시간이 확정되었고, 옆 집 사장님께도 공유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경계 측량의 날이 왔다. 하필 비가 온 다음 날이라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겁나리 추운 날이었다. 측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15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건 허허벌판에 위치한 네모 반듯한 땅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철거된 자재들이 바람에 날아다닐 만큼 바람이 차고 강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지켜본 측량은 정확히 1시간 10 정도가 소요되었고  안팎으로 빨간 점과 빨간 말뚝이 사정없이 박혔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마당이 우리 집의 일부로 확인되어 몹시 당황스러웠다. (여기에서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집에는 미리 측량에 관한 말씀을  드린 터라, 함부로   마당에 들어가 말뚝을 박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측량팀은 떠났고, 2 측량을 기약했다. (참고로, 측량을 진행한  3개월 이내 A/S 신청하면 비용의 10% 추가로 내면 된다.)




옆 집과의 경계 측량 결과는 처참했다. 전 주인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여기부터 저그까지'의 개념이 무려 2평 가까이 될 줄이야.. 게다가 하필이면 우리 집의 대문이 위치하는 곳이 경계점으로 확인돼, 집에 드나들려면 몸을 옆으로 틀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게 되어 버렸다. 옆 집 사장님은 빨간 점이 찍힌 곳을 찰칵찰칵 휴대폰으로 찍고 줄자로 정확히 재면서 외치셨다. "공사 당장 중단하세요!" 이 땅에 관해 협의를 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공사도 중단하라는 중지령이었다.

'제 심장도 중지될 것 같아요..'


그날 밤, 부동산과 전 주인 할머니를 모두 집으로 불러 사실 확인을 하고 대책 없는 대책 회의를 했다. 누구에게 화를 낼 수도,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했고, 결국 소송으로 가는 것이 답인가 하는 막막한 생각까지 들었다. 골목의 정을 느끼고 싶어서 골목 속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했는데 주택살이를 해보기도 전에 문제가 생기니 고구마를 오십 개쯤 목 안에 쑤셔 넣는 기분이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옆 집 사장님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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