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색채와 환상을 노래하다> 제주도립미술관
이렇게 금방 또다시 그와 만날 줄은 몰랐다.
지난 7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으니 딱 한 달 만이다.
일상을 보내는 행동반경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에서 만나는 지인과의 만남은 색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만남 가운데 한결 편안하고 여유가 생기며 그간 생각에서 그친 일들을 과감히 표현하게 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킴벨의 친척을 일본 도쿄에서 만났을 때, 그리고 이번 샤갈과의 만남이 그렇다. 만날 때마다 반가운 사람이라 그렇기도 하겠다.
※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샤갈 전시전이 궁금하다면 다시 만난 샤갈이 내게 건네는 이야기를 참고하시라.
샤갈과의 재회를 위해 티켓을 예매하려고 보니 도슨트가 있는 날에 맞춰서 방문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이렇게 난생처음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주 수, 금, 토, 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진행되며 별도 예약 없이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참고로 이번 전시는 2025년 6월부터 10월 19일까지 열린다.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들이 꽤나 모였다. 휴가철과 맞물려서인지 가족부터 연인, 친구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였고 어림잡아 50여 명 정도 되었다. 그룹으로 움직이기에 꽤나 많은 인원 수임에도 제주도립미술관 전시장이 넓고 쾌적하여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박세빈 도슨트는 사갈의 생애가 정리된 연도표에서 첫 설명을 시작했다. 별도 준비한 코팅 인쇄물을 좌우 번갈아 보여주며 설명했는데 생각보다 눈에 잘 들어왔다. 샤갈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두 아내 벨라와 바바를 그림에서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얼굴을 묘사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아내를 특별히 생각했던 샤갈 입장에서 충분히 그랬겠다 싶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구분을 잘 못하겠더라)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몇몇 작품 하단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판화로 찍어낸 작품의 총 수와 해당 작품의 순번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위 그림의 경우 판화로 찍어낸 작품이 총 50점이고 그중 제주 전시에 걸린 그림이 27번째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득 의문이 들었던 게 샤갈은 도대체 일생 동안 총 몇 개 작품을 남겼을까였다. 일단 국내 한정으로만 생각해 봐도 서울과 제주에서 동시에 큰 규모로 기획전을 개최하니 말이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도슨트가 그룹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정답은 대략 1만 점이었다. (문득 샤갈 후손들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그래픽아트의 거장 마르크 샤갈에 초점을 맞추어 다프니스와 클로에 삽화의 오리지널 판화, 소설 <죽은 혼>에 삽입된 흑백 에칭 작품을 하이라이트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특유의 색채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서커스와 에펠탑과 노트르담 등 파리의 상징적 랜드마크를 요소로 사용한 작품들, 그리고 성경 삽화 연작 등 샤갈 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총 300여 점을 선보이는 제주 전시작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을 영상으로 담아낸 미디어아트였다. 영국 런던의 작은 교회부터 프랑스 대성당까지 유럽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샤갈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위해 직접 촬영한 영상이 별도 상영관에서 송출되고 있었다. 푸르스름함을 기초로 유리 위에 그려진 그의 작품으로도 아름다운데 빛이 투과하면서 공간이 영롱해지고 그 끝에는 샤갈의 전심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두 눈으로 직접 본다면 더 깊은 체험이 가능하겠다 싶어 기대되었다.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한 전시 투어는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마지막 설명을 마치고 문제를 낼 테니 두 문제를 연속으로 맞힌 사람에게 엽서를 선물로 준다고 했다. 운 좋게 아는 문제가 나왔고 생전 처음 낯선 군중 속에서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메인 기획전시장을 나서니 샤갈이 주로 사용한 판화 기법에서 차용한 체험 공간과 1972년 미국 시카고에 설치된 샤갈의 모자이크 작품 사계 설치 실황 영상이 상영되고 있으니 다들 한번씩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샤갈의 다방면을 진득하게 소개해준 전시기획팀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