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 2화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도전의 끝에서 내뱉은 말이 ‘시도에 그쳤다.’가 아닌 ‘성과를 내었다!’가 되려면 분명한 목표설정과 현실적인 실천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먼저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다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 나는 SSAP J형 인간이다)
주관적 견해로 보았을 때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1. 반주에 최적화된 피아노
피아노를 친다고 했을 때 그 역할에 따라 연주와 반주로 구분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파리지앵 정재형처럼 피아노가 음악을 리드하는 형태라면 피아노 연주라고 할 수 있고, 가창자가 있고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도록 피아노가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면 피아노 반주라고 할 수 있다.
반주의 핵심은 가창자가 편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찰하면서 타이밍 좋게 치고 빠지는 것인데 박보검은 그걸 기가 막히게 해낸다. <박보검의 칸타빌레>에선 매회 게스트의 노래를 반주하는데 어떤 가수가 나오든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wA-xw_HqyI
2. 즉석 연주가 가능한 코드진행
<박보검의 칸타빌레>를 보면 간간히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현장에서 처음 맞춰보는 데다 악보까지 없는 상황이 반주자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우리(?) 박보검은 그걸 해낸다. 멜로디에 알맞은 코드를 선별하고 다음에 나올 흐름을 예측하며 연주하는 센스는 그가 음악과 코드에 대해 얼마큼 방대한 지식을 갖추었는지를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S2zusP-K-A
3. 밴드와의 합주
보컬 이외에도 기타, 베이스, 드럼을 신경 쓰는 밴드 합주는 반주와는 또 다른 영역이다. 핵심은 덜어내는 것이다. 음악의 고음부를 담당하는 일렉 기타와 저음부의 베이스 기타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드럼이 제시하는 리듬과는 발맞춰 가야 한다. 피아노는 적재적소에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되 기틀은 항상 잡고 있어야 한다. 다른 악기에 소리가 묻혀 안 들리는 듯하면서도 들리는 게 피아노이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ObivI3cSOg
박보검 피아노의 특징을 정리해 보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을지 괜히 머뭇거려진다.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현실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선생님 만나기!
배우고자 하는 분야가 분명했기에 일반 성인 피아노 학원보단 레슨 선생님을 직접 찾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카페, 크몽, 숨고 등을 둘러보았고 아래 조건으로 견적을 받기로 했다. 반주법 주 1회 희망하며 거주지 근처에서 수업 가능하신 분 손들어주세요
총 10분의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고 활동 이력과 수강생 리뷰 등을 읽어본 뒤 최종 한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나는 방문하여 상담받아볼 수 있는지 물었고 다음 날 바로 작업실로 찾아오라고 하셨다.
주소를 찍어보니 평소 왕왕 지나쳤던 거리였다. 건물 3층에 위치한 레슨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1~2평 남짓한 크기의 안락한 작업실이 나타났다. 나를 변화시켜 주실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가 궁금한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질문 하나를 하셨다.
왜 피아노를 배우기로 결심하셨어요?
나는 이렇게 답했다.
피아노 치는 박보검이 멋있더라고요.
언제부턴가 삶을 살아간다는 건, 개인적인 만족감을 미루는 것의 연속과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건 사회적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동경하는 무언가의 나의 감정을 허락하고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 말이다. 피아노 치는 나를 상상하며 오늘만큼 재밌을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