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 6화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피아노 애드립을 적어오는 과제가 있었다. 1절은 원곡의 애드립을 카피하고 2절은 원곡 코드 기반으로 애드립을 창작해 오는 것이었다.
언제나 긴장되는 숙제 검사. 아무렇지 않은 듯 악보 노트를 펼쳐 보였다.
악보를 보니 얼마나 정성 들여 과제를 하셨는지 알겠어요.
하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오래 걸렸어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 한계를 느낀 과제였다. 일단 너무 어렵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완성도보다 악보 앞에서 고뇌의 시간을 보낸 나에게 초점을 맞추셨다. 선생님은 말을 이어 가셨다.
음악을 하다 보면 좀 더 효율적인 길이 없나 생각이 들어요.
이게 맞나 의문이 들더라도, 하다 보면 보통 맞더라고요.
맞고 틀리고는 현재 내 수준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답안지(악보)와 참고서(유튜브 피아노 반주 영상)를 보지 않고 50번은 음원을 들어보며 어떻게든 해보려 했던, 뻔하지 않은 애드립을 위해 고뇌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흘러가 버린 게 아닌 어딘가 쌓여 있을 거라 믿게 된 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과제하느라 수고한 건 수고한 거고, 해야 할 건 해야 하는 선생님의 피드백 시간.
분명 똑같은 음원을 듣는 걸 텐데 내가 놓쳤던 음들이 꽤나 있었다. 애드립에 대한 접근도 새로웠다. 물론 평소에 내가 잡는 코드 운지와 애드립과 선생님의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다름 안에 분명한 기준과 의도가 있다. 단순히 좋은 소리니까 음을 추가하는 게 아닌 분명한 철학이 있었다.
가령, 1절 초반부에 악보상 채 한 마디가 되지 않는 C → G/B → A로 하행하는 애드립 구간이 나온다. 이때 왼손 베이스를 각각 도 → 시 → 라로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솔을 매 코드에 함께 잡아보라고 제안하셨다. 해당 세 코드 구성음에 공통적으로 솔이 들어가기에 사운드를 보강하는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브런치북 연재의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 도전합니다. 근데 어떻게? 에서 자세히 정리해 보았지만 한 마디로 수준 높은 피아노 반주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노래 부르는 가창자가 감정을 담아 노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또한 반주하는 본인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즉, 1) 음악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 2)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박보검처럼 피아노 치기라고 할 수 있다.
부단히 노력하고, 노력하는 스스로를 인정해 주며 연습하기로 다짐한다. 함께여서 행복한 피아노 앞에 나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