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언니가 몇 달 전 오전에 커피숍 이름을 대며 자기 지금 거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오라고, 커피 한 잔 하자고 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읽고 쓰기에도 바쁜 인생이다. 귀찮았다. 오후에 아이 넷을 돌보려면 오전엔 입을 아껴야 한다. 그게 나의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아이들이 없는 오전엔 되도록 나 혼자에게만 시간을 집중해서 에너지를 아껴 놓아야 한다. 오후에 네 명의 아이가 말을 걸어오고 동분서주 이 녀석 저 녀석 답해주려면. 그래서 결국 글 쓰는 사람이 되었지만.
이리저리 핑계를 둘러대고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언니는 몇 년 동안의 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했다.
요즘 언니가 병원에 다닌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어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양 검사를 했는데 암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말 못 할 스트레스가 암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언니는 밖으로 항상 하하호호 웃는 사람이라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참아서 화가 된 게 있다고 했다. 전화로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문자가 와 있다. 어젯밤에 보냈나 보다.
"오랜만에 통화하니까 좋다~ 난 애들 애기 때 돈은 안 벌어도 집에 있었던 시간이 가장 소중하더라. 지금은 돈은 벌어도 치료비로 다 나가 ㅠㅠ 애기들하고 있는 시간이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야."
나도 언니랑 대화해서 좋았지만 언니도 나랑 이야기 나눠서 참 좋았나 보다. 그때 언니는 외로웠던 모양이다. 말 못 할 스트레스를 수다로나마 풀고 싶었나 보다. 언니가 직장에 복귀하기 전에 나가서 이야기 좀 들어줄 걸. 그 때는 글을 쓰지 말고 말을 하러 그 자리에 나갔어야 했다. 이걸 그때 알았더라면...
기도한다. 그녀가 암이 아니기를... 혹여 암이더라도 아주 초기라서 빨리 쉽게 치료되기를...
언니의 문자 속 말대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툴툴거리지 않고 보내고 싶다. 이 시간을 다 통과한 사람에게 듣는 말은 살아 있는 진리니까. 언니 말대로 이 시간만큼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은 없으니까.